- 아이돌에서 배우로, 그리고 단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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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아역배우였다. 어린 시절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좋아했던 아이는 엄마를 졸라 연기 학원에 다녔고, 7세인 2006년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연기에 미쳐있었다” 라고 할 만큼, 박지훈은 카메라 앞, 대중 앞에서 또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순간순간들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단다. 이후 그의 호기심을 사로잡았던 건 춤과 노래였다. 박지훈은 2017년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워너원으로 가수 활동도 시작했다. 아마도 연기를 하는 가수 박지훈은 필연이었을까. “요즘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천만 배우 타이틀’이죠. 솔직히 이러한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이나 자부심은 없는 것 같아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지금은 모든 관객이 우리 영화에 주신 많은 사랑과 관심 그 자체에 너무 감사할 뿐이죠. 그래서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조선 6대 왕으로 12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청령포로 유배되어 17세 생을 마감한 비운의 왕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한국 영화 최초로 전면에 내세웠다.
박지훈표 단종은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누구보다 처연한 그 눈빛 때문이었다.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연기를 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한 컷 한 컷 카메라에 담긴 박지훈의 얼굴 표정은 단종이 환생했다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완벽했다.
“사실 처음에는 장항준 감독님께 제안을 받고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제 연기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이라 스크린에 저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됐죠.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감독님 말씀에 용기를 얻었어요. 네 번째 미팅에선 감독님이 ‘지훈아, 단종은 너여야만 해’라고 얘기해주셨거든요. 그 말을 듣고 집에 가는 길에 ‘내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감독님을 믿고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고 용기를 냈죠.”
배우 활동 외에도 가수로서도 본격적으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요즘이다. 배우로서 포텐이 터진 지금, 워너원은 7년 만에 재결합, 군 복무 중인 강다니엘과 중국에 머물고 있는 라이관린을 제외한 멤버들은 4월 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 <워너원 고>(가제)를 통해 7년 만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같은 곳을 보던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뭉클하더라고요. 멤버들끼리 영상 편지를 찍어 라이관린에게 보내기도 했어요. 다 같이 모이니까 우리가 참 예쁘게 활동했던 예전 일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연기와 노래 모두 좋아하는 만큼, 다 열심히 해보려고 하니 많이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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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관련 많이 받는 질문이 배우 유해진과의 호흡일 것 같아요. 왕과 촌장, 신분을 넘어선 애틋한 앙상블이 돋보였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기존 사극과는 다른 모습일 것 같았어요. 단종이 유약하지 않고 강단 있고 영특한 인물로 표현됐어요. 유배지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점점 범의 눈이 되어가는 단종을 보며 ‘이분은 역시 왕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단종이 왕위를 계속 이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도 하게 되더라고요. 여기에 촌장, 엄흥도 역의 유해진 선배님과 함께해 영광이었어요. 우선 선배님의 에너지에 매 순간 놀랐고, 그 에너지를 잘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선배님께서 “연기는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는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걸 잘 지키려 했던 기억이 나요. 그 덕에 저희 둘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후반부 장면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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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역할을 위한 15㎏ 감량 역시 화제예요. 몸과 마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작품 같아요.
제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었어요. 근육이 붙을까 봐 기본적인 운동을 포기했고요. 하루 사과 한 조각으로 버티며 두 달 만에 15㎏ 감량을 했죠. 단순히 야윈 느낌이 아닌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보였음 했어요. 너무 안 먹다 보니 잠도 안 오더라고요.(웃음) 사실 극 중에서 식사 장면이 많았는데도 음식을 보면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어요. 그러다 소리 지르는 장면을 찍을 때는 몸에 에너지가 너무 없으니까 현기증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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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덕분에 ‘단종 오빠’라는 기분 좋은 별명도 생겼는데요. 처연한 눈빛 연기를 보여준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정말 단종 역할을 잘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그 한 가지 바람으로 연기를 했고, 지금까지 온 것 같은데 기분 좋은 별명까지 얻었죠. 그 마음이 관객에게 닿았다고 생각해요. 가수로 활동할 때는 ‘저장남’으로 불렸었는데, 이제는 ‘단종 오빠’라는 애칭도 생기니까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수식으로 불릴지 기대가 된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더 많은 수식어를 보유한 ‘수식어 부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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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연기 호평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바로 단종, 박지훈의 눈빛이었어요.
많은 영화 평을 봤는데 그중 ‘눈을 봐라, 단종이다’라는 글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인 것 같아요. 처음 영화가 개봉했을 때 실제 세조 무덤에 악플이 달린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이런 관객들의 귀여운 복수에 웃음이 났어요. 또 관객들이 정말 영화를 몰입해서 봐주셨구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 더욱 감사하고 고마웠죠. 이번 작품 덕분에 뿌듯하고 기분 좋은 순간들을 많이 경험하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거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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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지훈의 모습은 반전이었어요. 무대를 보면 타고난 끼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맞아요. 약간 타고난 게 있는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순간순간 나오는, 제 자신도 몰랐던 끼가 있더라고요(웃음). 제 MBTI가 워너원 때는 ENFP였다가 지금은 INFP로 바뀌었어요. 아무래도 어떠한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제 모습 역시 변하는 것 같아요. 워너원 활동 때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고 혼자 있는 걸 못 견뎠는데, 솔로 활동을 하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지고 그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성격이 변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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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 해의 시작부터 정말 열심히 달리는 것 같은데요. 휴식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작품 활동을 끝내고 나면 리프레시를 하는 기간들이 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저 역시 ‘단종 앓이’에서 쉽게 빠져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감사하게도 배우 활동 외에도 가수 워너원의 멤버로서도 활동을 하게 됐고, 팬 미팅도 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죠. 계획형 인간이 아니라서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의 모습에 충실한다면 어떤 것이든 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하루하루가 의미 있는 요즘을 보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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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홀로 물장난을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물을 통해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나요?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에 홀로 유배지에 있던 단종이 물가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지 고민했어요.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결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혼자라는 외로움 속에서도 작은 위로가 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물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흐름을 지켜주시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분들께 감사드리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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