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투자는 안녕하십니까
글. 김사무엘 머니투데이 기자
“그래서 지금 사야 하나요?”
지난 6년여간 증권부 기자로 있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자본시장 취재 경력은 길지 않지만 코로나19와 고금리 시기 등을 거치며 한 번의 급등장과 두 번의 큰 조정을 경험했다. 평소엔 주식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지금 사야 하는지, 어떤 종목이 좋은지 등을 물어본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깨나 벌었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나만 벼락거지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조바심이 나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랜 조정을 마치고 코스피 지수는 5000을 넘어 한때 6000을 넘어서기도 했다. 불과 1년 만에 3배가 오르는 놀라운 수익률이다. 금리 인상기 주가 하락으로 뼈아픈 손실을 경험해야 했던 동학개미들은 한동안 주식을 멀리하다 지금에 와서 똑같은 질문을 한다. 지금 사야 하냐고 말이다. 그러면 난 이렇게 대답해 준다. “사세요. 그리고 팔지 말고 갖고 계세요.”
지금 사야 하냐는 질문은 투자에 대한 잘못된 접근법에서 비롯된다. 투자를 가치가 아닌 타이밍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가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타이밍을 생각한다. 주식시장 격언처럼 누구나 무릎 밑에서 사서 어깨 위로 팔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투자자 그 누구도 시장의 무릎이 어딘지, 어깨가 어딘지 알지 못한다. 바닥 밑에는 언제나 지하가 있고 상단은 열려 있는 것이 주식이다.
기자가 시장의 급등장과 하락장을 경험하고 수많은 자산가를 만나 인터뷰하면서 얻은 하나의 교훈은 ‘시장을 떠나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언제 오르고 내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시장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인류와 자본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신뢰가 없다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들어갈 때가 하필 꼭지일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언제나 최악의 타이밍에만 투자하는 미국인 존 아저씨 이야기다.
매월 월급의 30%씩을 착실하게 모은 존은 1980년대 주식시장의 상승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다. 1987년 8월 그동안 모은 전 재산 1만 2,000달러(여기서 전 재산은 시기별 미국 근로자 평균 연봉의 30%를 모았다고 가정한 것이다)를 S&P500 펀드에 넣었지만 그 직후 블랙먼데이 사태가 터지며 지수는 고점 대비 35% 급락했다.
존의 두 번째 투자는 2000년 3월 닷컴버블이었다. 또다시 그동안 모은 전 재산 9만 달러를 펀드에 넣었다. 그러나 주가는 50% 폭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10월에는 전 재산 8만 7,000달러,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에는 전 재산 17만 2,800달러를 펀드에 넣었다. 금리인상기 전 고점이던 2021년 12월 3만 3,900달러를 투자한 것이 그의 마지막 투자다.
존은 40여 년간 평생에 걸쳐 단 5번만 투자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마다 증시는 폭락했다.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넘게 추락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2026년 3월 현재 그의 자산은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그의 주식 자산은 136만 9,000달러(20억 5,000만 원)에 이르렀으며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은 246%를 기록했다. 매번 고점마다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팔지 않고 보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존을 김철수 씨로 대체해도 비슷한 수익률이 나타난다. IMF,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고점일 때만 코스피 펀드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는 걸 가정해도 현재 철수의 자산은 원금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8억 3,000만 원이 된다.
만약 존과 철수가 고점에만 투자하지 않고 시장 등락과 상관없이 매달 꾸준히 주식을 사 모았다면 수익률은 배가 된다. 우리가 타이밍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코스피 6000시대에도 마찬가지다. 고점을 걱정하며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엄청난 부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주식은 가치와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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