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진도의 바다에서는 믿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가 갈라지고, 그 사이로 섬과 섬을 잇는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잠시 열린 길 위로 사람들은 바다를 가로질러 걸어간다. 마치 자연이 허락한 단 한 번의 산책처럼. 그래서 이곳은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린다.
글. 최행좌 사진. 박갑순
ⓒ한국관광공사
바다가 잠시 열어준 길
진도는 제주도와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이곳은 봄이면 바다가 신비로운 장면을 연출하는 데 이름 그대로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다. 진도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약 2㎞ 바다에서는 조수간만의 차이로 바닷물이 빠지는 시기가 되면 바닷길이 드러낸다. 평소에는 깊은 바다이던 곳이 어느 순간 폭 30~40m의 길로 변해 섬과 섬을 잇는다.
바닷길이 완전히 드러나는 시간은 약 1시간 남짓. 짧은 순간이지만 그 특별한 풍경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여행자가 진도를 찾는다. 바다 위에 드러난 길을 따라 걸으며 조개도 줍고, 사진도 찍으며 이색적인 시간을 즐긴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1975년이다.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였던 피에르 랑디가 진도를 방문했다가 이 장면을 목격했고, 프랑스 신문에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전설이 된 한 사람의 기도
진도 신비의 바닷길에는 오래된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회동마을에 살았다는 뽕할머니 이야기다. 옛날 이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나 마을사람들은 급히 바다 건너 모도라는 섬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뽕할머니는 미처 떠나지 못하고 홀로 마을에 남게 된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뽕할머니는 밤낮으로 용왕님께 기도를 올렸다.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용왕님이 나타나 “내일 바다 위에 무지개 길을 내려줄 테니 그 길로 건너가거라”라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뽕할머니가 바닷가에 나가 기도를 올리자 놀랍게도 바다 위에 길이 나타났다. 마치 무지개처럼 이어진 길을 따라 뽕할머니는 모도로 건너갈 수 있었다. 가족을 다시 만난 뽕할머니는 “나의 기도로 바닷길이 열려 너희들을 만났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라고 말한 뒤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뽕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이 바닷길을 열었다고 믿었다.
이 일을 계기로 마을 이름도 호동(虎洞)에서 회동(回洞)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도 진도 신비의 바닷길 입구에는 모도를 바라보고 서 있는 뽕할머니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바닷길이 열리는 순간, 그 조형물 너머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면 마치 오래된 전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바닷길 위에서 만나는 진도의 봄
이 전설의 현장은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바닷길 위에서는 바지락과 낙지를 잡는 체험이 펼쳐지고, 진도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 공연도 이어진다.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남도들노래, 진도씻김굿, 진도북놀이 등 남도의 전통 예술이 펼쳐지며 축제의 흥을 더한다.
인근에 위치한 신비의 바닷길 체험관에도 들러보자. 이곳에서는 바닷길이 열리는 과학적 원리와 뽕할머니 전설, 축제 이야기를 전시와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어 여행하는 재미가 한층 더 깊어진다.
그리고 올봄에는 바다가 길을 내어주는 단 한 시간. 그 기적 같은 순간을 직접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바람이 스치는 바닷길 위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신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