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에 물들다, 가실벚꽃길
포근한 햇살이 내리쬐는 이맘때, 용인에서 가장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은 가실벚꽃길이다. 용인 8경 중 제7경으로 꼽히는 이곳은 도로를 따라 이어진 길에 수많은 왕벚나무가 거대한 꽃터널을 이뤄 봄이면 용인에서 반드시 챙겨봐야 할 곳으로 통한다. 그러니 정오만 지나도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건 당연할 터. 호젓한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른 아침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바람결을 따라 흩날리는 꽃비는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호수 위로 투영된 분홍빛 잔영은 찰나의 순간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에게 최고의 앵글이 되어준다.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경쾌해진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자연스레 호암미술관으로 이어진다.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1982년 개관한 이곳은 국보급 고미술부터 감각적인 현대미술 기획전까지 폭넓은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특히 전통 정원 ‘희원’과 맞닿은 산책로는 가실벚꽃길의 화려함에 동양적인 단아함을 더한다. 한마디로 이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찬란한 봄의 정점을 선사한다.
ⓒ용인시청
  • 가실벚꽃길
  • A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190-14
서로 다른 매력의 식물원에서 봄을 만나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는 서로 다른 매력으로 봄을 알리는 두 곳이 있다. 8㎞ 거리에 이웃한 용인자작나무숲과 한택식물원이다. 2024년 문을 연 이른바 ‘신상’인 용인자작나무숲이 SNS를 통해 세련된 감성으로 떠오르고 있다면, 1979년 설립된 한택식물원은 34개 테마 정원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꽃들의 향연이 세월의 깊이를 더한다. 풋풋한 신상 숲과 반세기에 가까운 울창한 숲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다. 두 곳 모두 지금, 가장 밀도 높은 봄의 풍경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자작나무숲은 세련된 감성으로 상춘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정원 초입의 분수 광장을 지나면 카페 뒤편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인공폭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다양한 식물과 소품이 조화를 이룬 온실 화원은 그 자체로 거대한 포토존이며, 주말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다. 사계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온실답게 바나나가 탐스럽게 열려 어린 자녀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는 이곳의 백미다. 아기자기한 정원과 아득한 풍경을 함께 조망할 수 있어 시름을 잊게 하는 마법 같은 장소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카페 역시 폭포와 정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사진 맛집으로 통한다.
한편, 1979년 설립된 한택식물원은 식물 수집 기간을 거쳐 1984년 정식 개원했다. 현재 66만㎡ 부지에 34개 테마 정원과 9,7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국내 최대 사립 식물원으로 성장했다. 산림청이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식물원’ 중 한 곳인 이곳은 인위적인 변형 대신 계곡과 지형을 그대로 살려 양지와 음지 식물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생태계의 공존과 천적 관계를 활용한 친환경 관리로 유명하다. 무당벌레와 개구리, 새가 만들어내는 먹이사슬 속에서 식물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 관람 중에 챙겨볼 것은 호주 온실에 있는 소설 『어린 왕자』 속 바오밥나무다. 높이 7m, 둘레 3.5m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 용인자작나무숲
  • A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황새울로 231
  • T 031-333-8877
  • 한택식물원
  • A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로 2
  • T 031-333-3558
시간을 거슬러 봄을 만나다, 한국민속촌
한국민속촌에서는 조선의 봄날을 만날 수 있다. 1974년 조성된 이곳은 한때 사극 드라마 촬영의 성지로 꼽힐 만큼 안방극장에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전국에 드라마 세트장이 여러 곳 생기면서 더 이상 드라마 촬영지로서가 아니라 옛 조선시대 모습을 간직한 테마파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옮겨온 실제 가옥들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조선시대 어느 마을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봄을 맞아 한국민속촌의 대표 축제인 ‘웰컴 투 조선’이 한창이다. 사또, 포졸, 꽃거지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마을 곳곳에서 관람객과 소통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이들과 함께 즐기는 마당극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며, 관아나 서당에서 펼쳐지는 즉석 상황극은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한복체험은 기본이고, 옛 방식 그대로 따라 하는 천연염색과 떡메치기 체험을 통해 쫄깃한 인절미를 직접 만들어보고, 전통 공방에서 장인들의 손길을 구경하는 것도 뜻깊은 경험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먹거리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장터에서는 가마솥에서 푹 끓여낸 소고기국밥과 노릇하게 구워진 해물파전, 그리고 시원한 동동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다.
  • 한국민속촌
  • A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 T 031-288-0000
최고의 화가가 사랑한 집, 장욱진 가옥
다세대 주택이 즐비한 골목에 한옥 한 채가 섬처럼 자리한다. 나이 많은 은행나무가 세월을 짐작게 하는 이곳은 근대문화유산 ‘장욱진 가옥’이다. 한국적인 선과 색을 서양화에 담아낸 1세대 화가 장욱진 화백은 1986년부터 작고한 1990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5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는 생애 작품의 3분의 1에 달하는 220여 점을 이곳에서 그리며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가옥은 한옥 두 동과 양옥 한 동이 공존한다. 1884년에 지어진 초가를 장욱진 화백이 1986년 기와집으로 개축했으며, 화실(사랑채)과 살림집(안채)이 마주 보는 전형적인 경기도 ‘ㅁ’ 자형 한옥이다. 그가 직접 설계해 1989년에 지은 양옥은 현재 전시실로 쓰이고 있으며,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했다. 응접실로 쓰던 별채는 현재 서점과 카페로 운영 중이다. 도심 속 고택에서 화가의 작품을 감상한 뒤 여유롭게 차 한 잔을 즐긴다면 더욱 완벽한 봄 여행이 될 것이다.
  • 장욱진 가옥
  • A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119-8
  • T 031-283-1911
생동감 넘치는 체험 속으로, 플라이스테이션
정적인 봄나들이에 활력을 한 숟가락 더하고 싶다면 실내 스카이다이빙 체험장, 플라이스테이션이 제격이다. 거대한 윈드터널 안에서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바람을 타고 공중에 떠오르는 경험은 짜릿한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전문 코치의 세심한 지도 아래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날씨 변화가 잦은 봄철, 기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봄을 즐기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처음 몸이 붕 떠오르는 순간의 긴장감은 어느새 하늘을 유영하는 자유로움으로 변하고, 온몸을 휘감는 바람은 활기찬 봄을 느끼게 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색다른 체험은 아이들에게는 도전과 용기를, 어른들에게는 짜릿한 일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번 봄,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한 용인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플라이스테이션
  • 플라이스테이션
  • A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성산로 521
  • T 1855-3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