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드 위를 지배하는 ‘정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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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O 리그에서 한화이글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2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신인 정우주 선수가 있다. 한화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맞이한 데뷔 시즌, 그는 팀의 상승 기류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루키라고 하기엔 너무 침착했고, 신인이라기엔 믿음직스러웠다.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시속 150㎞의 강속구,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 금세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는 회복력. 정우주 선수는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했다.
“야구는 팀 스포츠잖아요. 선수들 한 명 한 명 자기 역할을 다해주셨고, 감독님의 리더십과 팀 분위기도 안정적이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팬들의 응원도 힘이 됐고요. 응원이 커지니까 선수들의 마음도 더 단단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해 8월 키움전에서 정우주 선수는 단 한 번의 볼도 없이 아홉 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모두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무결점 이닝’을 기록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KBO 리그 역사상 11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기록인지 그땐 정말 몰랐어요. 그런데 이상하게요, 저도 모르게 일주일 넘게 경기 영상을 계속 보고 있더라고요. ‘이거 진짜 내가 던진 게 맞나’ 싶어서요.”
흥미로운 건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애칭들이다. 정유니버스, 정스페이스, 코스모스, 갤럭시, 그리고 한자로 ‘집 우(宇), 집 주(宙)’를 써 만든 집집이까지. 그의 이름에서 파생된 별칭이지만,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우주(宇宙)’라는 말처럼 무한히 확장될 가능성, 끝을 짐작할 수 없는 성장의 폭, 언젠가 팀의 미래를 이끌 거대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겹겹이 쌓여 있다.
“솔직히 좀 놀랐어요. 이렇게까지 많은 별칭으로 불릴 줄은 몰랐거든요. 팬분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또 애정 있게 응원해주시는지 느껴져요. 특히 제 등장곡이 ‘코스모스’여서 그런지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거기에 ‘기대한다’, ‘더 멀리 가라’ 이런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정말 크게 와닿아요. 그래서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느낌이 확 들어요.” 그는 팬들이 붙여준 애칭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별처럼 자신의 우주 속에 떠 있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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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주 선수 개인적으로는 ‘루키 돌풍’이라는 말까지 나왔잖아요. 올해 스스로 가장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긴장도 컸어요. 하지만 시즌이 중반쯤 지나면서부터 ‘아, 그래도 내가 해낼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어요. 경기마다 배운 게 쌓이면서 멘탈도 단단해졌고요.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제 공을 던질 수 있었을 때 조금은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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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2025년 한화이글스의 상승세가 대단했어요. 지난 시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한 경기만 고르는 건 참 어렵네요. 그래도 꼽으라면 2025 K-BASEBALL SERIES 한일전 2차전이 떠올라요. 선발로 나가기 전에는 ‘어떻게 던져야 하지’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마운드에 서니 머릿속이 아주 단순해지더라고요. “그동안 준비한 대로, 그냥 자신 있게 던지자.” 그 마음 하나뿐이었어요. 상대가 강할수록 오히려 더 집중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날이 딱 그랬어요. 결과보다 ‘지금 내 공’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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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0㎞가 넘는 패스트볼을 구사하고 있는데요. 강속구 외에도 변화구 연습을 많이 한다고요.
맞아요. 요즘은 변화구의 세밀함을 더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릴리스 포인트(Release Point)를 최대한 길게 가져가서 타자들이 구분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게 목표예요. 야구는 공 하나, 손끝 하나의 차이가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다듬고 또 다듬고 있어요. 스프링 캠프에서 완성도를 더 끌어올려서 팬들에게 “오? 정유니버스 달라졌네.”라는 반응을 받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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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잘 안 풀리는 날도 있잖아요. 슬럼프가 찾아올 때도 있고요.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정우주 선수만의 극복법이 궁금해요.
안 좋았던 장면을 오래 붙잡아두지 않으려고 해요. 대신 잘 던졌던 경기 영상을 돌려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제 페이스를 찾아가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 다시 된다’ 싶은 흐름이 오더라고요. 방향을 잃은 배가 항구의 불빛을 다시 발견하는 것처럼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힘이 제일 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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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의 ‘루키’ 신입사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주세요.
저도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고, 긴장됐어요. 그런데 ‘잘하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배우려고 하자’는 마음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선배님들께 먼저 인사하고, 모르는 건 바로 물어보고, 조언에 귀 기울이고…. 그러다 보니 관계도 금방 편해지고, 저도 더 빨리 적응하더라고요. 이건 야구든 회사든 비슷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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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연고를 둔 한화이글스가 올해 창단 40주년이더라고요, 한국수자원공사 본사도 대전에 있다 보니 공사에 한화이글스 팬들이 무척 많습니다. 한화이글스와 정우주 선수를 응원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선수로서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 라는 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이에요. 경기장에서 들리는 응원 소리도 감사하지만, 이렇게 마음으로 보내주시는 응원은 선수에게 더 크게 와닿거든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분들께서 보내주신 응원만큼 저도 마운드에서 그만큼 보답하고 싶습니다. 늘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저도 한국수자원공사를 항상 응원합니다. 우리 서로 파이팅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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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주 선수의 2026년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종 선발 투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팀이 필요할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선수. 그리고 루키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아, 이게 진짜 정우주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성장하고 싶어요. 2026년은 저한테 한 단계 더 올라가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태양이 떠오를 때 점점 더 밝아지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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