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세워진 해상 관음 성지
보문사는 유서 깊은 사찰로, 산보다 바위에 더 가까운 절이다. 가파른 계단과 바위틈을 따라 이어진 전각들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 층층이 얹혀 있다. 이곳은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강화도로 내려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양양 낙산사와 남해 보리암과 함께 국내 3대 해상 관음 성지로 꼽힌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도량이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한 것을 떠올리면, 보문사의 자리는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절 입구에서 경내까지는 꽤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길지 않지만 등산처럼 숨이 차오르기도 하니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다면 매표소에서 셔틀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극락보전에는 아미타부처님과 대세지보살,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는데, 그 장엄하고 웅장한 기운이 공간을 채운다. 반면 전각 출입문의 꽃무늬 문살은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멋을 더해 안팎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보문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와불전의 대형 와불이다. 2009년 3월에 조성된 이 와불은 열반에 드는 부처의 누워 있는 모습으로 손의 모양, 불의의 주름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길이 10m에 이르는 거대한 와불 앞에선 누구나 자연스레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와불전 아래에는 각각 다른 표정을 지닌 오백나한상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천연동굴을 활용해 만든 석굴사원인 석실도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선덕여왕 4년에 회정대사가 처음 건립하고 조선 순조 12년(1812년)에 다시 고쳐 지은 공간으로, 자연을 품어온 보문사의 긴 시간을 상징한다. 석실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선덕여왕 때 한 어부가 고기를 잡다가 그물에 걸린 돌덩이를 꿈에서 본 대로 모셔두었더니 큰 부자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자연이 만든 동굴에 신앙이 깃들어 생겨난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경이롭다.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주는 곳
보문사에는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라는 기도처가 있다. 바로 눈썹바위로 불리는 마애관음좌상이다. 낙가산 중턱 암벽에 새겨져 있으며, 이곳에 닿으려면 400여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숨이 차오를 즈음, 높이 920m, 너비 330m에 달하는 거대한 마애관음좌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자애로운 표정은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줄 듯 너그럽다.
바위 앞에 서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한 가지 소원을 천천히 마음속에 새기게 된다. 마애관음좌상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면 보문사 아래로 옹기종기 모인 집들과 석모도 앞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치 관음보살이 바다를 보살피고 있는 듯한 풍경이다.
‘보문사에 오면 눈이 맑아진다’라는 말을 실감이 날 만큼 빛은 잔잔하게 반짝이고, 바람은 마음을 씻어내듯 부드럽다. 해 질 무렵이면 하늘은 금세 붉은빛으로 물들며 서해 최고의 낙조로 불릴 만한 풍경을 만든다.
이곳에서는 일출 또한 장엄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떠오르는 해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전각 사이를 걷다 보면 여의주를 물고 있는 황금빛 용 조형물이 나타나는데, 용왕을 모신 전각 앞에 자리한 용왕단이다. 붉은 해가 용의 여의주 사이로 떠오르는 순간은 많은 이들이 찾는 일출 포인트다.
아침 바다를 밝히는 고깃배의 불빛도 풍경을 완성한다. 잔잔한 수면 위의 작은 빛들은 서해의 하루를 여는 또 하나의 별처럼 다가온다. 붉은 해, 금빛 용, 고깃배의 불빛까지. 보문사의 일출은 서해의 모든 순간을 품어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보문사
  • A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8번길 44
  • H 09:00~18:00
  • F 성인 2,000원 / 청소년 1,500원 / 초등학생 1,000원
  • T 032-933-8271~3
  • W http://www.bomuns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