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솔로몬제도에서 깨달은
수자원의 중요성
글. 김리안 한국경제신문 기자
기자로 일하면서 ‘자원’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써왔습니다.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핵심광물 자원까지. 경제신문 기자로서 자원은 우리 산업을 지탱하는 씨알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원에 대해 인식이 분명해진 계기는 2022년 국제부에 있을 때였습니다. 탄소중립에 앞장서던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리던 시기였습니다.
유럽이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원전을 재가동하는 흐름은 에너지 자원이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에너지와 자원을 좀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에너지자원 관련 학부에서 경제학 석사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대학원에서 오랜만에 다시 배운 ‘다이아몬드와 물의 역설’은 수자원을 대하는 저의 안일한 시각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물은 값이 매우 싸고,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다이아몬드는 왜 그토록 비쌀까요? 경제학은 이를 ‘한계효용’으로 설명합니다. 물은 존재량이 풍부해 마지막 한 단위에서 얻는 만족감이 낮지만, 다이아몬드는 그 희소성 때문에 마지막 하나가 주는 효용과 가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만약 타들어 가는 사막 한가운데 있다면, 그때도 다이아몬드를 원할까요?” 교수님의 질문이었습니다.
물은 산업뿐 아니라 우리 일상의 거대한 바탕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가치를 한 번도 최상위 순위에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교수님의 질문을 받고 나서야 다시금 반성했습니다. 상하수도 시설이 완벽히 구비된 한국에서 물은 늘 그 자리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전제조건이라 믿었기에, 그것이 고갈되거나 부족해질 수 있는 ‘전략 자원’이라는 생각은 깊이 해보지 못했던 것이죠.
“한국에서 물은 언제, 어디서든 틀면 나온다”라는 전제는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뭄이 길어지면 발전소가 멈춰 서고, 거대한 산업단지들이 한정된 용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이제 물은 더 이상 당연한 인프라가 아니라, 에너지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가장 실감했던 순간은 지난해 11월 솔로몬제도와 호주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솔로몬제도에 가기 전 들른 호주 퀸즐랜드주에서는 단순히 물을 쓴 만큼 요금을 내는 것을 넘어, 물 자체를 하나의 권리처럼 할당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가뭄이 와도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우선권에는 분명한 프리미엄이 붙었고, 그 권리는 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었습니다.
물을 얼마나 쓰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가치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는 물이 이미 다이아몬드처럼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 방문한 솔로몬제도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산속 우물을 오가며 물을 구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봤구요.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연안을 오염시켜 주민들은 해수욕조차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물을 너무나 당연하고 값싼 자원으로만 여겨왔습니다. 물 부족은 그저 일시적인 천재지변으로 치부되곤 했지요.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의 물은 다릅니다. 한 번 결핍을 경험하면 산업과 일상이 동시에 마비되는 치명적인 자원입니다. 이제 다이아몬드와 물의 역설은 교과서 속 비유가 아닙니다. 물은 생존의 필수재인 동시에, 이제는 ‘희소성’까지 갖춘 가장 강력한 전략 자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럽의 에너지 안보 논란에서 시작된, 자원에 대한 저의 고민은 결국 물이라는 근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물이 다이아몬드처럼 다뤄지기 시작한 뒤에야 그 가치를 깨닫는다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벤트
독자의견
웹진구독신청
이전호 보기
독자의견
구독신청
이전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