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능이 많은 배우가 있었을까. 빈틈없는 연기로 시작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하정우는 꾸준히 연출작을 내놓으며 또 다른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가 하정우는 어느덧 해외에서도 전시회를 열며 연기하는 미술가로 이름을 알렸고, 취미인 걷기 운동에 관한 글로 출판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한 와인 애호가로서 ‘하정우 와인’을 출시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그야말로 모든 축이 고르게 발달한 육각형 인간임에 틀림없다.

멈추지 않는 하정우의 세계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대중의 관심 속에서 늘 평가받는 연예계라면 더 그렇다. 보는 눈이 많아 조심스럽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며, 본업인 연기에서 호평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삶. 배우 하정우는 2003년 데뷔 이후 공백기가 없었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찾고, 연출에 도전했으며, 쉬는 날이면 한강에 나가 뛰었다. 그런 그에게 “대체 언제 쉬냐”, “힘들지 않냐”라는 말을 종종 묻곤 했지만, 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인생은 다 소진되잖아요. 정말 무리가 된다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아요. 그 패턴 안에서 충분히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웃음) 너무 많은 것에 도전했다고 하지만, 아직 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웃음)”
또한 ‘하정우 감독’으로서의 활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2013년 영화 <롤러코스터>를 시작으로 <허삼관>, <로비>에 이어 지난해 <윗집 사람들>을 통해 네 번째 연출작을 내놨다. 특히 연출작에선 특유의 위트와 자극적인 소재를 녹여내 ‘하정우표 영화’라는 뚜렷한 컬러가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쉼 없는 작품 활동에 배우 아닌 감독 하정우의 속내도 궁금했다.
“연출작을 계속 선보이면서 ‘욕심을 많이 부리지 말자’라는 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뭘 그렇게 많이 보여주려고 조급했나. 그동안 너무 욕심이 과했구나 싶었거든요. 그런 걸 정리하니 더 집중력과 밀도가 생겼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영화를 만들까 늘 고민이 됐어요. 또 하나, 어쭙잖게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좋은 시나리오를 찾는 게 승률이 높은 것 같기도 하고요. 열심히 할 거예요.”
  • 지난해 2007년 이후 15년 만에 TV 드라마를 했고, 연출작과 출연작 등 영화에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배우 하정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관객들이 결국 영화관을 찾아가서 영화를 보는 건 재미있는 작품을 보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명확하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을 맺어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인가 생각하기도 하죠. 그다음에 생각하는 것이 만드는 사람의 그릇이에요. 작품을 담아낼 그릇을 가진 제작진이어야 좋은 결과를 갖고 오는 데 큰 역할을 하거든요. 때문에 대본이 아무리 좋아도 제작진의 그릇이 작다면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죠. 반면, 시나리오는 좀 부족해도 사람이 훌륭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사람, 또 사람인 것 같아요.

    영화〈로비〉스틸컷
  • 화가 하정우로서의 활동도 활발해요. 이제는 특유의 화풍까지 생기면서 어떤 그림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되는데요.

    시작은 소박했어요. 촬영장에 있으면 대기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촬영장에 있는 재료, 예를 들어 나무판자, 종이 등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흥미로웠고, 몰두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죠. 그렇게 하나씩 시작하다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점점 ‘자유로움’이라는 단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해요. ‘자유롭게 연기하고 그림을 그리는 게 뭘까’ 고민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조심할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때문에 ‘작가 하정우’일 때 ‘온전한 나’를 느끼게 되죠.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왜 그리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나와 소통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라는 결론이 내려지더라고요.

  • 올해 배우 차정원과의 결혼설로 인터넷이 뜨거웠어요.

    열애는 맞아요. 하지만, 한 마디로 아버지가 낚이셨죠. 어떤 기자가 연락이 와서 “아버님 이번에 결혼하신다면서요”라는 한 마디가 시작이었죠. 아버지는 “예.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어요. 회사에 확인이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상하게 발표가 됐어요. 잘 만나고 있고, 언제나 서로 응원을 해주고 있어요.

  • 최근에는 CF에서도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감독과 배우를 동시에 맡는 경우도 있는데, 감독 하정우로서의 고민도 클 것 같아요.

    영화감독을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일회성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연기와 연출 둘 다 너무 좋아하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나 연출작에 출연까지 함께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은 분명해요. 그래서 출연을 꺼리기도 하고, 캐스팅 난항으로 출연을 하기도 하고요. 가끔 ‘내가 너무 내 자신에게 후한가, 너무 과한가, 너무 몰아세우나’ 이런 복잡하고도 미묘한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런 상태에서 작업을 하는 불안정함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또한 감독으로서 배우 하정우를 운용할 때 더 차가워지려고 노력하는데 그런다고 해결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배우로서 캐릭터를 고민하면 ‘이게 정답이 될까’ 싶은 생각도 들죠. 늘 정해지지 않은 불안감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영화〈윗집 사람들〉스틸컷
  • 가수 션에 이어 ‘연예계 달리기 전도사’로도 유명해요. 출발은 걷기였다고요?

    원래 걷는 걸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에세이도 출간했었고요.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의 루틴이 너무 반갑더라고요. 영감을 받은 부분도 있고, 나를 확인받는 부분도 분명 있었고요. 그러다 달리기를 하니 쾌감이 더 배가 됐죠. 그리고 제가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손기정 역을 맡기도 했고요. 마라톤을 하면서 정말 많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 선두 그룹에 있다가 넘어지거나 낙심할 때도 있고, 위기도 찾아오고, 그러다 잘 달리면 너무 감사하고요. 또한 걸으면서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뭔가 여유를 찾는 순간도 찾아오고요. 요즘도 매일 걷고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아마 이러한 건강함이 지금의 활동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힘차게 달리고 난 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무엇인가요?

    역시 시원한 물이죠.(웃음)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의 일상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들어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물이라고 생각해요. 늘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한국수자원공사 직원 분들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