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극한호우와 가뭄이 일상화되면서, 물관리는 ‘사후 대응’이 아닌 ‘예측 기반의 리스크 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여름철 홍수대책을 강화하고, 현장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디지털 트윈과 AI· 데이터 기반 스마트 물관리로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글. 편집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올여름 홍수 대책 ‘지능형 대응’ 강화
최근 우리나라 날씨는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장마는 짧아졌는데 한 번 비가 내리면 좁은 지역에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진다. 지난해에도 장마 기간 강수량 자체는 예년보다 적었지만, 서산·산청·가평 등에서는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에 비가 한꺼번에 몰아치는 ‘극한호우’가 일상이 되면서 정부는 여름철 홍수 대응 강화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숨은 물그릇 확보’와 인공지능(AI)·디지털 트윈 기반 지능형 대응을 핵심으로 한 ‘2026년 여름철 홍수 대책’을 발표했다. 농업용 저수지·발전댐·하굿둑 등을 활용하여 한탄강댐 3개 규모에 해당하는 10억 4천만 톤의 홍수조절용량을 추가로 확보해, 총 118억 6천만 톤 규모의 물그릇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 홍수예보와 도시침수예보로 위험을 예측, 강남역 등 침수 위험지역에는 침수주의보·침수경보 체계를 도입하고, 홍수 위험지역에는 긴급재난문자 발송 체계를 강화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5월 28일 강원 춘천시 소양강댐 현장에서 홍수기 특별대책 회의와 실전형 합동 모의훈련을 시행하고, 극한홍수 대응 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특히, 정부의 홍수 대응 정책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기 시작 전인 6월 20일까지 20개 다목적댐 수위를 전체 저수용량의 절반 이상까지 낮춰 총 68억㎥ 규모의 ‘물그릇’을 미리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댐 설계 홍수조절용량(21.8억㎥)의 약 3배를 웃도는 규모로, 롯데월드타워를 약 4,500번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상예측과 디지털 트윈 활용 현황, 비상시 대응 절차, 하류 주민 안내 체계, 홍수기 전 물그릇 확보 현황, 홍수기 댐 운영방안, 수문 및 방류설비 운영 상태 등 현장 준비상황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며 전사적 실전 홍수대응체계로 전면 전환했다.
예측-시뮬레이션-의사결정까지 잇는 디지털 트윈 물관리 기술
디지털 트윈 기반의 물관리 기술은 이러한 선제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수자원 환경을 디지털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강우량, 하천 수위, 댐 운영현황 등 유역 내 모든 물관리 요소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분석·예측할 수 있는 차세대 물관리 기술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디지털 트윈 기반의 물관리 플랫폼인 ‘디지털 가람 플러스(Digital GARAM+)’는 물 관련 데이터와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 시나리오 기반의 분석 결과를 제공하여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물관리가 가능하도록 향상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강우 조건에 따라 최대 48개의 방류 시나리오를 동시에 분석해 최적의 댐 운영을 도출하는 방식은, 단순히 현황 모니터링을 넘어 미래 위험까지 예측하는 물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현재 전국 56개 댐과 보시설에 적용해 운영 중이며, 드론 기반 고정밀 3D 지형 구축과 고해상도 객체정보 생산, AI CCTV 기반의 침수·보행자·차량 감지까지 접목해 모니터링과 홍수분석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디지털 가람 플러스를 통해 지난해 7월 충청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폭우에도 수문 방류 없이 유입량을 전량 저류하며 홍수에 안정적으로 대응하였다.
글로벌 기후 리스크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K-물관리 기술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물재해와 물안보 리스크가 커지고, 디지털 기반의 물관리 해법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물관리 시장은 2024년 190억 1천만 달러에서 연평균 12.5% 성장해 2034년 617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수자원공사의 디지털 트윈 물관리 기술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으며 성과를 넓혀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시에서는 도시홍수 대응을 위한 디지털 트윈 파일럿 플랫폼 구축에 참여해 지형 데이터를 구축하고 모니터링·시뮬레이션 가시화 기능 개발을 완료했으며, 후속 사업을 통해 제다 전역과 메카·메디나 등 타 도시로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야마가타현 나가이시와는 디지털 트윈·드론 기반의 재난 대응 물관리 운영체계 구축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며, 일본 내 타 지자체로의 확산을 위한 협력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수자원을 관리하는 Valley Water와 디지털 트윈 통합물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고, 유역 단위의 댐·정수장·관로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 물관리 기술은 단순한 인프라 운영을 넘어, 물관리 기술의 산업화와 고부가가치화를 견인하는 핵심 분야가 될 것이다. 과거 물산업이 댐과 관로를 만드는 ‘건설 중심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디지털 물관리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동의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아시아의 기후재난 대응, 물관리 선진국의 노후 인프라 디지털 전환 등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물관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K-물관리 기술은 기후 리스크 대응 역량을 높이는 해법이자 데이터 기반 물관리 솔루션 수출을 이끄는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