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커질수록 물도 더 많이 필요해진다
“AI 시대가 오면 우리 일상이 훨씬 편리해진다.” 요즘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다. 실제로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놓치기 쉬운 사실이 있다. 바로 AI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물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AI 산업은 단순히 컴퓨터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를 식혀야 하고, 고성능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세계은행은 이를 ‘AI 물 발자국’이라고 표현했다. 데이터센터 냉각수뿐 아니라 전력 생산 과정의 냉각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초순수까지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특히 AI 산업이 커질수록 물 사용량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AI 물 수요는 2050년 연간 540억㎥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전체 지표수 용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데 세계은행에 따르면 AI 시설들이 물이 풍부한 지역보다 전력과 통신망 중심으로 입지를 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물이 얼마나 있는가’보다 ‘전기가 잘 들어오고 인터넷이 빠른가’를 먼저 본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가뭄 위험이 큰 지역에도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34% 이상은 물 부족 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AI가 발전할수록 물 부족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후위기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극단적인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기후채찍(Climate Whiplash)’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물관리 역시 과거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셈이다.
결국 AI 시대에는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물과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물 투자 분야
  • 유연성(Flexibility)

    재난 등 상황 발생 시, 현장에 즉시 투입하여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모듈형 수처리 시스템 등

  • 민첩성(Agility)

    스마트 미터링, 센서링 등을 통해 누수를 실시간으로 탐색하여 관망 운영을 최적화하는 디지털 시스템 등

  • 가용성(Availability)

    가뭄 위험 증가에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 수자원(해수담수화, 물재이용 등) 개발

  • 신뢰성(Credibility)

    안정적 물 공급 및 고객 기대 수준 수처리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첨단 모니터링 기술

이제 물관리도 ‘스마트’가 필수다

기후위기와 AI 산업 성장으로 물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물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졌다. 과거에는 댐이나 대규모 정수장 같은 ‘큰 인프라’를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한 번 지으면 바꾸기 어려운 고정형 인프라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국의 물전문 분석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는 '유연성, 민첩성, 가용성, 신뢰성'을 미래 물산업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먼저 ‘유연성’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이동형·모듈형 수처리 시스템처럼 필요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기술들이 대표적이다.
‘민첩성’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물 문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미터기와 센서를 통해 누수를 바로 찾고, 관망 운영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AI 기반 물관리는 누수 탐지와 공급 효율화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아마존은 멕시코에서 AI 기반 누수 탐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연간 130만㎥의 물을 절감하고 있다.
‘가용성’도 중요한 키워드다. 가뭄이 심해져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수담수화나 물 재이용 같은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이런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물 재이용 인프라를 구축해 연간 420만㎥ 규모의 물 재이용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마지막은 ‘신뢰성’이다. 시민들이 “우리 지역 물은 안전하다”라고 믿을 수 있도록 물 공급 상황과 수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미래 물관리는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똑똑하게 움직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쉽게 말해 앞으로의 물관리는 ‘많이 만드는 시대’에서 ‘똑똑하게 관리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물을 많이 쓰는 AI, 물문제 해결사도 될 수 있다

AI는 분명 많은 물을 사용한다. 생성형 AI를 30분 사용할 경우 생수병 한 병이 넘는 물이 사용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쯤 되면 “AI는 물 부족을 더 심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AI가 오히려 물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은행은 AI 기반 물관리 솔루션이 누수 저감, 물 공급 최적화, 홍수·가뭄 대응 등에서 매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어디에서 물이 새고 있는지’, ‘어느 지역이 가뭄 위험이 높은지’, ‘언제 물 사용량이 급증하는지’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데이터를 확인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문제를 먼저 예측하고 대응 방향까지 제시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글로벌 물산업의 중심은 전통적인 토목·인프라 중심에서 디지털 기반 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물산업도 이제는 단순한 시설 산업이 아니라 AI·데이터·센서 기술이 결합된 첨단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똑똑하게 활용하느냐다. AI는 물을 많이 쓰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AI 시대의 물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 투자 사례

아마존(Amazon)의 멕시코 누수저감 프로젝트

  • • AI 기술 기반 멕시코 시티 등 상수관망 누수 탐지로 연간 130만㎥ 누수 절감
  • • 자사의 데이터센터 물 공급 효율화 및 지역 물 안보 제고 기여 효과

인텔(Intel)의 애리조나 물 재이용 투자

  • • 지자체(챈들러市)와 협약을 통해 하폐수 재이용 인프라 구축 투자
  • • 연간 420만㎥ 물 재이용으로 파운드리 제조시설 물 공급 등 워터 포지티브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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