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아닌 필수, 재생에너지 전환
지금, 전 세계는 에너지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중동 지역 갈등 등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제는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민 생활의 안정까지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 재생에너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원료를 수입할 필요가 없고, 환경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수자원공사는 ‘물’에서 답을 찾고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총 발전설비(15.3만 MW)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21.7%. 이 중 한국수자원공사는 약 4.3%를 담당하며, 국내 1위 재생에너지 기업으로서 물 기반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끌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확보를 목표로 ‘물에너지 리부트(Re:boot)’ 전략을 추진 중이다. 수상태양광, 수열에너지, 조력발전, 양수발전까지. 물이 가진 가능성을 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로 만든 에너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물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전환의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먼저 수상태양광은 댐이나 저수지 수면 위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부지 확보가 필요 없어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물의 냉각 효과 덕분에 육상태양광보다 발전 효율이 5% 더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수상태양광을 상용화했으며, 현재 7개소 105MW를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설치면적을 더 늘려 누적 6.5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4차산업혁명, 디지털 경제 확대로 데이터센터가 급증함에 따라 수열에너지도 주목받고 있다. 물은 여름에는 공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온도 차를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처럼 열이 많이 발생하는 시설에서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수열에너지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냉각 수요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하고, 정부의 AI 전환과 데이터센터 분산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하고 있는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는 댐의 깊은 물을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냉각하고, 데워진 물은 다시 스마트팜 난방에 사용하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약 64%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롯데월드 제2타워 등 41개소 합계 50.5MW 규모의 수열에너지설비를 운영 중이며, 경기 하남시 실외기 제로아파트, 영동대로 복합 환승센터,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등에 적용을 추진하며 국가 수열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조력발전은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청정에너지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시화조력발전소는 시설용량 254MW, 연간 발전량 552백만㎾h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약 50만 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공사는 시화조력발전소의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시화조력발전 증설 및 새만금 유역의 조력발전 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가 기업과 투자를 부르는 선순환의 밑거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변동성을 보완하는 중요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은 전력 소비가 적은 시간에 하부 저수지의 물을 끌어 올려 상부 저수지에 저장하고, 전력수요 피크 시 상부 저수지에 저장된 물의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다목적댐과 용수댐 등 기존 댐 인프라를 활용한 양수발전 사업을 검토하는 등 정부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예정이다.
물에너지, 미래를 바꾸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달성을 요구하는 흐름 속에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은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에너지 시대를 새롭게 설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앞으로는 댐과 연계한 물에너지 생산과 RE100 산업단지를 결합해 기존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국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K-RE100 실현, 지역 분산형 에너지 확대까지 이어지며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어갈 전망이다.

2030년 K-water 신·재생에너지 도입 목표

단위(MW, 누적)
수상태양광 육상태양광 조력발전 수열에너지 양수발전 수력발전 등 합계
6,596 630 580 1,000 100 1,112 10,018
  • 수상태양광
    6,596
  • 육상태양광
    630
  • 조력발전
    580
  • 수열에너지
    1,000
  • 양수발전
    100
  • 수력발전 등
    1,112
  • 합계
    10,018

Interview 물로 만드는 국산에너지 시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국제질서가 효율성에서 안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최근 중동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정부는 이에 맞춰 에너지 대전환을 선포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물은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국산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에너지의 가능성과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자원공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유승훈 교수에게 들어봤다.

  • 물 전문 공기업인 수자원공사가 재생에너지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탄소중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면 전력 수요는 지금의 2.5~3.3배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 전기를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급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민간 기업이 그 책무를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공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미 여러 에너지 공기업이 그 몫을 수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수자원공사가 동참한다면 매우 바람직하고 국민에게도 큰 혜택이 됩니다.

  • 재생에너지 전환은 장기 과제입니다. 무엇이 뒷받침되어야 할까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첫째, 신규 댐 사업은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기존의 자원과 인프라를 물에너지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합니다. 둘째, 중앙 정부 차원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국가 수자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탄소중립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두 과제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을 여지가 큽니다.

  • 댐이 용수 공급을 넘어 재생에너지로 지역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신안과 해남이 대표적입니다. 섬으로 이뤄진 신안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며 인구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가면 소득이 늘고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집니다. 해남도 태양광을 기반으로 유사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다목적댐은 이수, 치수 기능을 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주민과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인프라입니다. 신안과 해남이 일조량을 기반으로 성장 기회를 만든 것처럼, 댐을 보유한 지역도 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수상태양광을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일반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입지에 따라 산림이나 농지에 부담을 줍니다. 탄소 흡수원인 나무를 베어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반면 수상태양광은 다목적댐의 수면을 활용해 환경 훼손 우려가 적습니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공간 활용 측면에서 효율적입니다.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수익을 지역과 공유할 수 있어 매우 바람직한 재생에너지 모델입니다.

  • 기후테크 시대에 물과 에너지 통합 역량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수상태양광뿐만 아니라 조력과 수열 등 다양한 물에너지 분야에 강점이 있습니다. 시화조력은 삼성전자 등 기업의 RE100 이행을 지원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고, 현재 공급 능력 확대도 검토 중입니다. 필요하다면 새만금 조력도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추진할 수 있습니다. 수열은 수자원공사만의 차별화된 자원입니다. 댐과 하천의 수온을 활용하면 데이터센터 냉각 등 기후테크 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수열이 AI와 기후테크 시대의 핵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수열에너지에 REC 가중치가 부여된다면 사업성은 크게 개선되고, 수열 산업 전반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 물에너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단계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물에너지는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자원이자, 앞으로 에너지 믹스의 주요 퍼즐이 될 것입니다. 특히 안보가 중요한 지금, 물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국산 에너지 원료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수력과 수상태양광, 조력, 수열 등을 통합적으로 보면 앞으로는 수자원공사가 ‘수자원에너지공사’라고 불릴 만큼 물에너지의 위상이 커질 것입니다.

  • 수자원공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물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키워가야 합니다. 조력의 경우 우리나라에 간척지가 많은 만큼, 확장 잠재력이 큽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발전 설비와 터빈 등 핵심 기술과 기자재의 국산화까지 함께 이뤄진다면 의미는 배가될 것입니다. 기존 댐 인프라를 활용한 양수발전 확대에도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이를 통해 국가 에너지 시스템 전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국산 에너지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시기입니다. 수자원공사는 해외 의존 없이 국내의 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애국 기업’입니다. 이 역량과 사업 범위를 더 넓혀 국가와 국민에게 더 크게 기여해 주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