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Note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영화 속 요리
때로는 한 끼의 음식이 말보다 진심을 전하는 순간이 있다.
영화 속 어떤 요리는 누군가의 기억이 되고, 어떤 요리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며,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마음을 건네고, 그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를 스크린 속 장면으로 함께 음미해보자.
- 낯선 마음을 허무는 소울푸드 오니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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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은 핀란드 헬싱키. 조용한 거리 한 편에 사치에가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의외로 소박하다. 바로 오니기리다.
오니기리는 일본식 주먹밥으로, 만드는 과정이 단순하다. 따끈한 밥에 소금이나 참기름으로 살짝 간을 하고, 매실장아찌나 단무지를 넣어 꾹 쥐면 끝. “이게 다야?” 싶을 만큼 담백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순록고기 같은 핀란드식 재료를 넣어보자는 제안에도 사치에는 고개를 젓는다. 그녀에게 오니기리는 단순한 메뉴가 아니라,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주던 따뜻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망설이던 손님들도 한 입 먹는 순간 표정이 풀리고, 어색했던 공기는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진다. 낯선 도시에서 이 작은 주먹밥이 사람들을 이어주는 이유는 어쩌면 그 안에 담긴 ‘마음’ 때문이 아닐까.
- 기본기로 완성하는 진심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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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따뚜이>는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게 남는 장면이 있다. 바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요리, 라따뚜이다.
주인공 레미가 만든 라따뚜이는 화려한 기술보다 재료 본연의 맛과 정성을 담아낸 요리다. 가지, 애호박, 토마토를 넣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채소 요리지만, 익힘의 정도와 순서, 섬세한 조화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평론가 안톤 이고가 한입 맛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이 요리가 지닌 힘을 보여준다. 라따뚜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매개다. 이 장면은 말한다. 요리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고 마음을 담는 일이라고. 한 접시의 음식 속에 담긴 진심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
- 서로의 추억을 잇는 달콤함 버번 피칸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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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파스텔 드 나타’, 호주의 ‘레밍턴’, 덴마크의 ‘카넬스네일’, 터키의 ‘바클라바’, 이탈리아의 ‘오렌지 세몰리나 케이크’까지. 80가지가 넘는 디저트가 마치 세계 여행처럼 펼쳐지는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런던에서 영화는 디저트를 통해 각자의 고향과 기억을 불러낸다. “이 맛, 어딘가 익숙한데?”라는 감각처럼 달콤한 한 조각이 시간을 거슬러 마음을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버번 피칸 타르트’는 유독 인상적이다. 바삭한 타르트지에 고소한 피칸과 그윽한 풍미의 버번 위스키를 더한 디저트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디저트를 나누는 순간.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된다. 맛있는 디저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달콤한 연결고리라는 것.
- 친구와 나누는 따뜻한 시간 시루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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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와, 직접 키운 재료로 음식을 만들며 마음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음식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문다. 참나물 파스타, 양배추 오코노미야키처럼 손으로 만들어낸 음식에는 단순한 레시피 이상의 시간이 담겨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친구들과 나눠 먹는 시루떡이다. 멥쌀가루를 켜켜이 쌓고 팥고물을 올려 정성스럽게 찌는 과정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선다. 흰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완성된 3색 떡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다독인다. 시루떡을 만들고 나누는 시간은, 혜원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채워가는 방식과 닮았다. 층층이 쌓인 시간처럼 누군가와 나누는 온기 속에서 마음도 그렇게 천천히 회복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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