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 그 영혼이 밤하늘의 별이 되었을거라며 위로를 한다. 인류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약 5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 출현해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누적 1,08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다 갔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은하에는 현재 대략 천억 개가 조금 넘는 별들이 채워져 있다. 마침 딱 지난 수만 년간 지구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의 수만큼 많은 별들이 우리은하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절묘한 우연일 뿐이다. 우리은하를 채우고 있는 천억 개의 별들은 지난 100억 년이라는 기나긴 천문학적 세월의 결과물이다. 반면 우리은하에 비해 한참 최근에서야 시작된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는 불과 수만 년 사이에 그 숫자를 따라잡았다. 아마 지금 속도라면 결국 먼 미래에는 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살다간 이들의 수가 은하수의 별들보다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은하에서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속도는 우리 곁을 떠나는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추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은하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라는 뜻이다. 천문학자들이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계 용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꽤 소박하고 포근한 이름이다.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가 거대한 은하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은 꽤 최근의 일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우리은하 바깥에 얼마나 더 거대한 우주가 숨어있는지는커녕 우리은하의 지도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은하의 지도는 지금도 정확히 그리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가 살고 있는 고향의 지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애석한 현실에서 우주의 헤아릴 수 없는 광막함을 느낄 수 있다.
가끔 천문학자라고 소개를 하면 듣게 되는 재밌는 질문 중 하나는 ‘직접 우주로 가게 된다면 어떤 풍경을 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우주에는 우리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멋진 풍경들이 아주 많다. 지구가 세 개는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크기로 소용돌이치는 목성의 붉은 태풍. 크고 작은 얼음 부스러기들이 모여서 태양 빛을 반사하고 있는 토성의 얇은 고리. 수천만 년 전 폭발한 초신성이 사방으로 남긴 알록달록한 잔해 구름. 나의 짧은 수명이 억울할 만큼 우주에는 보고 싶은 아름다운 곳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우주 공간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면 꼭 보고 싶은 풍경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은하를 멀리 벗어나 우리은하의 실제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고 싶다. 그 모습은 인류가 앞으로 영원히,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일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류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우리은하를 아예 벗어날 정도로 먼 거리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은하의 지름만 10만 광년이다. 지금껏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벗어난 인류의 탐사선은 보이저 1호다. 1977년 9월에 발사된 보이저 1호는 13년이 지난 1990년이 되어서야 겨우 해왕성 궤도를 벗어났다. 전력이 서서히 꺼져가는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60억㎞ 거리에서 어둠 속을 항해하고 있었다. 그 먼 거리에서 보이저 1호는 카메라가 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셔터를 누르며 지구를 비롯한 태양 곁을 맴돌고 있는 태양계 행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태양계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되돌아본 태양계의 가족사진이다. 지구는 참으로 하찮은 모습으로 사진 속 한 픽셀의 작은 얼룩으로 찍혔다. 그날 지구에게는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지금도 보이저 1호는 하염없이 태양계 바깥으로 떠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태양 중력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태양계 가장자리에 혜성들이 붙잡혀 있는 오르트 구름 안쪽 경계에 다다르기까지 앞으로도 약 30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은하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인류는 자신의 앞마당 밖으로 아직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지름 10만 광년의 우리은하를 벗어나 수백만 광년 먼 거리까지 인류가 탐사선을 날려보내는 미래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보이저 1호가 해왕성 궤도 너머에서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의 모습으로 담아 우리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물해 주었던 것처럼, 우리은하 밖으로 날아간 탐사선이 멀리서 바라본 우리은하의 진짜 초상화를 바라보는 것이 가능할까? 나도 천문학을 사랑하고 과학의 발전을 연구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미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은하의 진짜 모습을 그 바깥에서 바라보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주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은하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잠시 머물다 오고 싶다. 그리고 그동안 인류가 더듬거리면서 어설프게 그려 온 우리은하의 몽타주가 실제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 또 얼마나 다른지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
사실 생각해 보면 천문학자라는 직업은 참 불쌍하다. 천문학자는 우주에 대해 다 아는 척 너스레를 떨지만 정작 직접 지구 바깥 우주에 나가본 적은 없다. 동물을 연구하는 동물 행동학자들은 직접 밀림에 가고, 암석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은 직접 산에 오른다. 구름을 연구하는 기상학자들도 비행기와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천문학자는 그렇지 않다. 138억 년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내내 두 발은 지구에 딱 붙어있다. 가본 적도 없는 세계에 대해서 온갖 복잡한 수식을 써 내려가며 장황한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한편으로는 지구에 갇힌 채로 이 아름다운 우주의 대서사시를 완성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은하의 진짜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은하를 연구하는 참 이상한 천문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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