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온은 뱃머리에 앉아 하프를 연주하며 ‘아폴론의 찬가’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물고기들이 모여들고, 바닷새들이 하늘을 맴돌았다.
마치 음악에 이끌린 듯,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모인 청중처럼.
그의 연주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인간과 동물이 언어를 초월한 마음을 나눈 순간이었다.
글. 최행좌 그림. 추관소
신들의 악기를 연주한 음악가
삼각형 틀에 수십 개의 줄을 걸고 두 손으로 튕겨 연주하는 하프. 오래전부터 ‘신들의 악기’라 불린 이 악기는 음악의 신 아폴론이 사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방울처럼 맑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해지기로는 그 소리가 닿는 곳에서는 전쟁조차 멈췄다고 한다.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의 기록에는 하프의 명연주자, 아리온이 등장한다. 그는 에게해의 레스보스 섬 출신으로, 코린토스 왕 페리안드로스의 궁정 음악가였다.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이름을 떨치던 그는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음악 경연 대회에 참가했다.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그는 명성과 함께 막대한 상금까지 손에 넣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배 위에서 상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상금만 두고 바다로 뛰어들어!”
탐욕에 눈이 먼 선원들은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갑판 끝으로 내몰린 아리온은 잠시 눈을 감고 마지막 부탁을 했다. “마지막으로 한 곡만 연주하게 해주세요.”
선원들은 “어차피 끝인데 어때”라는 생각으로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아리온은 뱃머리에 앉아 하프를 연주하며 ‘아폴론의 찬가’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물고기들이 모여들고, 바닷새들이 하늘을 맴돌았다. 마치 음악에 이끌린 듯,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모인 청중처럼. 그의 연주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인간과 동물이 언어를 초월한 마음을 나눈 순간이었다.
바다에서 이어진 기적 같은 인연
아리온이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기적 같은 일이 또 한 번 일어났다. 누군가가 그를 받아낸 것. 바로 돌고래였다. 여러 마리의 돌고래가 그를 둘러싸더니 그중 한 마리가 등을 내어주었다.
“타라는 거야?”
아리온은 조심스럽게 그 위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시작된 질주. 돌고래는 파도를 가르며 배보다 빠르게 바다를 가로질렀다. 눈을 뜬 순간, 그는 이미 코린토스 해변에 도착해 있었다.
“내 생명의 은인이야. 고마워.”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아리온은 곧바로 궁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페리안드로스 왕은 크게 분노했다.
“이런 자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라며 왕은 선원들을 불러들였고, 그들은 결국 죗값을 치렀다. 아리온은 상금은 물론 모든 것을 되찾았다.
“저를 구해준 돌고래를 기리고 싶습니다.”
아리온은 왕에게 부탁했고, 그의 뜻에 따라 ‘사람을 태운 돌고래’ 조각상이 세워졌다. 그리고 그 돌고래는 훗날 아폴론 신에 의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음악이 만든 기적, 아리온과 돌고래의 특별한 우정은 지금도 별빛처럼 오래도록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