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에너지, 물이 가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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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을 마시고, 씻고, 흘려보낸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까지는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다. ‘열’을 품고 있는 에너지 그 자체다.
수열에너지는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한다. 여름에는 대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의 성질을 활용해 건물의 냉난방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비열’이다. 물은 공기보다 비열이 훨씬 커 온도 변화가 느리다. 쉽게 말해, 열을 더 오래 품고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 특징 덕분에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냉각과 난방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히트펌프 기술이 더해진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기화 시에는 주변의 열을 흡수하고, 액화 시에는 주변에 열을 방출하며 열을 저온에서 고온으로 이동시킨다.
수열에너지를 이용하면 기존 공기열원 기반 시스템보다 약 3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도 기존보다 상당량 줄어든다. 덕분에 이른바 ‘친환경’ 에너지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보이지 않던 물의 가치가 ‘에너지’라는 형태로 다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
- 도시를 바꾸는 물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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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에너지는 이미 도시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롯데월드타워다. 이 건물은 2014년 11월부터 수열에너지를 활용해 냉방을 운영하며 약 35% 이상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도 37% 이상 감축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도시의 에너지 구조 자체를 바꾸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도였다.
또 하나 주목할 사례는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다. 소양강의 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센터, 스마트팜, 주거단지까지 연결된 복합 에너지 생태계를 지향한다. 2027년까지 16,500RT 규모의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보이지 않는 변화’다. 기존 냉방 시스템에서 필수였던 냉각탑이 사라지면서 도시의 풍경이 달라진다. 소음과 진동이 줄어들고, 옥상 공간은 녹지나 휴식 공간으로 바뀐다. 건물 하중도 줄어들고 유지비도 감소한다. 단순한 에너지 기술이 아니라, 공간과 환경, 그리고 도시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변화다.
해외에서도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기술이 활발하다. 캐나다는 호수의 심층수를 활용해 도시 냉방을 하고, 핀란드의 데이터센터는 바닷물을 이용해 서버를 식힌다. 심지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을 다시 난방에 활용하기도 한다. 물은 더 이상 소비되는 자원이 아니라 순환하는 에너지로 기능한다.
이처럼 수열에너지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도시를 재설계하는 새로운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지하에 있는 수축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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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16,500RT 규모(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기준)
1RT(Refrigeration Ton)는 0℃ 물 1Ton을 24시간 동안 0℃ 얼음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냉난방 용량)으로, 1RT는 약 3.5kW이다.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에 도입되는 수열에너지는 총 16,500RT로, 이는 에어컨 약 16,500대*를 대체하는 효과이며, 대략 3만 5,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8평 규모 면적 24시간 냉방기준
- **1일 8시간, 1가구당 400kW/월 사용 기준
16,500RT=
16,500대
에어컨 대체 효과 -
미세먼지 저감 효과
소양강댐을 활용한 수열에너지 공급 시 에너지 절감률을 기본으로 미세먼지 저감량을 산정할 경우, 1RT 기준 2.51kg의 저감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16,500RT의 경우 총 41,415kg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이는 노후 경유차 약 3,700대를 폐차할 때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맞먹는다.
16,500RT=
41,415kg
미세먼지 저감 효과
16,500RT=
3,700대
노후 경유차 폐차 효과
- AI와 만난 수열에너지, 미래를 설계하다
- 수열에너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 중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결합하면서 그 가능성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소양강댐의 심층수를 활용한 IDC(Internet Data Center) 시스템 실증시험을 통해 기존 대비 최대 70%까지 전력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지표인 전력사용효율성(PUE: Power Usage Effectiveness)1) 역시 1.1 이하로 낮췄다. 이는 해외 평균 1.5 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냉방뿐만이 아니다. 겨울철 난방에서도 수열에너지는 강점을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처리 공정에 적용된 승온시스템 개발을 통해 기존 대비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였다. 일부 공정에서는 70% 이상의 절감 효과를 보였다. 수열을 이용해 기존 에너지 소비 구조를 효율화 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여기에 AI 기술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건물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수열원 특성, 전력수요관리 등 다중 예측을 통한 고효율 운전으로 소비 전력을 절감하고 수열 시스템의 신뢰도를 향상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수열에너지는 단순한 대체 에너지를 넘어 재생에너지와 AI가 결합된 ‘도시형 에너지 인프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도시를 움직이고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자원으로 의미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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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력사용효율성(PUE: Power Usage Effectiveness): 총 전력사용량/IT장비 전력 사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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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냉방 프리쿨링형 수열시스템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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