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청주는 생명이 깃들기 좋은 비옥한 땅이었다.
속리산 자락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가 도시를 감싸고, 무심천과 미호강이 젖줄이 되어 흐르는 덕분이다.
이곳에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함께 호흡하고 가꾸어야 할 동반자로 존재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물원부터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휴양림까지, 자연과 인간이 깊이 교감하는 청주로 향한다.
글.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생명을 향한 예우, 청주랜드동물원
청주 여행에서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청주랜드동물원이다. 이곳은 화려한 볼거리 대신 동물의 ‘전시’가 아닌 ‘공존’과 ‘치유’에 집중하는 곳이다. 2014년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좁은 철창을 허물고 자연에 가까운 방사장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동물의 습성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왔다. 이곳의 진정성은 사자 ‘바람이’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창문 없는 사설 동물원 콘크리트 바닥에서 7년간 방치되어 뼈만 앙상했던 ‘갈비 사자’ 바람이는 청주로 옮겨온 뒤에야 비로소 흙을 밟았다.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 건강을 회복한 바람이는 암사자 ‘도도’와 가정을 이루었고, 최근 딸 ‘구름이’와도 재회하며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다. 끔찍한 학대를 딛고 안식을 찾은 바람이의 눈망울은 우리에게 생명 존중의 가치를 묵묵히 전한다.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걸으며 생명을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대하는 법을 공유해 보길 권한다.
청주랜드동물원
A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명암로 171
T 043-201-4880
아낌없이 내어주는 숲, 옥화자연휴양림과 미동산수목원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옥화자연휴양림으로 향해 볼 일이다. 청주의 옥화9경 중 하나인 이곳은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천혜의 쉼터다. 휴양림 내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가 온몸을 감싸고, 오롯이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 속에 바쁜 일상의 긴장이 풀어질 것이다.
특히 옥화자연휴양림에는 자연과 책이 만나는 ‘바람결 서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야외 서가와 편안한 벤치는 오직 독서와 사색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나무가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는 경험은 오감을 깨우는 특별한 휴식을 선사한다.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배경음악이 되는 이곳에서 일상의 소음을 잊고 마음의 양식을 채우며 자연과 더욱 깊이 교감해 보길 추천한다.옥화자연휴양림은 캠핑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텐트에서 하룻밤 머물며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에 좋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나누는 대화는 가족과 연인 사이의 벽을 허물고 깊은 정서적 유대를 만들어준다.
인근의 미동산수목원은 900여 종, 70만 본에 달하는 식물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뽐내는 곳으로, 산림의 가치를 온전히 체득할 수 있는 생태 학습장이다. 수목원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테마별 식물원을 차례로 둘러보는 것이 좋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국내 최대 규모의 산림과학박물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후 희귀 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난대식물원과 나비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나비생태원을 거쳐, 나무의 속살을 만져보며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목재문화체험장까지 이어진다. 본격적인 숲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숲길 산책로’를 권한다. 약 2km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 길과 단풍나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의 섭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특히 숲속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숲의 풍경은, 인간이 숲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옥화자연휴양림
A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암옥화길 140
T 043-270-7384
미동산수목원
A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수목원길 51
T 043-220-6101
역사의 숨결과 하늘의 풍경, 청남대와 상당산성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이다. 대통령의 휴양지로 사용되던 비밀스러운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국민에게 개방되어 최고의 생태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대청호를 배경으로 펼쳐진 정원과 산책로는 인간의 손길과 자연이 빚어낸 조화로운 풍경이다.
무엇보다 최근 도입된 모노레일은 대청호의 풍광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대청호의 장엄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사소한 고민을 잊게 만드는 치유의 힘이 있다.
역사적 향기를 더하고 싶다면 상당산성으로 향하자. 기록상 백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성곽으로, 임진왜란 당시 국방의 핵심 거점 구실을 했다. 현재의 모습은 조선 숙종 때(1716년) 대대적으로 개축된 것이다.
오늘날 상당산성은 청주 시민들이 사랑하는 자연 속 휴식처로 거듭났다. 특히 남문(공남문) 앞 드넓은 잔디 광장은 주말에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하다. 성곽을 배경으로 즐기는 피크닉은 도심 속에서 느끼지 못하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산성 둘레길도 빼놓을 수 없다. 총 약 4.2km에 달하는 이 길은 성곽을 따라 한 바퀴를 완전히 도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경사가 완만한 구간이 많아 초보자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중저 난이도의 코스다. 잘 정비된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 발아래로 청주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굽이치는 성벽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조상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지혜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특히 산행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서문(미호문)은 청주 최고의 일몰 포인트다. 해 질 녘 서문에 서면 붉게 물드는 노을이 성곽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청남대 모노레일
A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T 043-257-5080
상당산성
A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산성동 산28-1
과거와 현재의 감성 교차로, 운리단길
청주시 운천동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인쇄된 ‘흥덕사지’와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있는 유서 깊은 동네다. 낡은 주택과 낮은 건물이 즐비하던 골목은 이제 감각적인 카페와 공방, 서점이 들어서며 ‘운리단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운리단길의 매력은 인위적인 개발이 아닌, 세월의 흔적을 존중하며 변화해 온 방식에 있다. 청주 고유의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공예와 관련한 가게들이 한 집 건너 한 곳씩 있을 정도로 줄지어 있다. 그러니 이곳이 왜 청주 제일의 ‘감성 여행지’로 손꼽히는지 단박에 눈치챌 수 있다.
숲에서의 교감이 대자연과의 만남이었다면, 운리단길에서의 시간은 사람과 사람, 과거와 현재가 잇닿는 사회적 교감의 시간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청주에서의 여행을 정리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지친 마음을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생동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직접 확인하고 싶을 때 청주로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