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단순한 물적 손실을 넘어 기후적응 투자 지연, 사전 대응 부족으로 인한 추가 손실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비용’은 이제 정책 결정의 핵심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미래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기후비용’을 이야기한다.
글. K-water연구원, 참고자료. 『Water & Tech INSIGHT』(10월호)
물관리의 시작, 물순환의 기술
홍수와 가뭄, 수질과 생태, 지표수와 지하수…. 물 문제는 제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물순환' 이라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비나 눈으로 시작한 물은 땅 위를 흐르기도 하고 땅속으로 스며들기도 하며, 증발해 하늘로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물의 양·질·시간·공간은 끊임없이 바뀐다. 그래서 물관리는 결국 ‘물순환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하느냐’ 에서 시작된다.
물순환을 제대로 해석하면 쓸 수 있는 물(가용 수자원)을 더 정확히 계산할 수 있고, 오염원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경로를 추적해 수질 대응도 빨라진다. 홍수 위험지역과 가뭄 취약지역을 미리 짚어 ‘선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산지가 많고 하천 유역이 짧고 가파른 우리나라에서는 유역 전체를 한 장의 지도처럼 통합적으로 보는 시야가 중요하다. 지표수와 지하수의 연계, 상·하류간 상호 작용 등의 유역 전체의 물 흐름을 고려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물정책을 수립하는데 기반이 된다.
물순환 과정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기술적 방법은 크게 4가지다. 통계·확률적 예측, 수학적 모델링, AI 예측, 융복합적 접근이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수학적 모델링 기반의 수치 모형이다. 물리적 정보와 원리에 기초해 예측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통계적 예측은 정형화된 패턴 예측은 가능하나 돌발상황에 취약하며, AI는 속도와 유연성은 뛰어나지만 '왜 그러한지'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융복합적 접근방법은 신뢰도는 높으나 구현 난이도 역시 만만치 않다.
K-series 구성
K-series 개발 과정
2015
• K-water 소프트웨어센터 설립
• K-series 네이밍 확립
2017
• 소프트웨어센터 연구원 이전
• K-series 개발기술 런칭
2020
• K-River, K-Flood 개발
• K-series 대국민 공개
2025
• K-GW, K-Urban 개발 중
• Digital Twin 시뮬레이터 개발
한국형 물순환 엔진 ‘K-series’ 개발
과거 물순환 해석·예측용 물관리 SW는 외국 기술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해외 지형과 토지이용, 수문 조건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SW는 우리나라 지형에 맞춰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라이선스 비용 부담, 물 안보 기술의 종속성, 수자원·기상·위성 등 다양한 센서 데이터와의 연계까지 생각하면 답은 분명했다. 국내 고유 SW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2015년부터 국산화에 착수했고, 물순환 과정의 핵심 요소별로 10개 단위 SW를 개발해 ‘K-series’로 완성했다. 물순환 해석 분야 6개, 물관리 시설 운영 지원 분야 4개로 구성된 ‘한국형 패키지’다. 물순환 해석 분야는 K-DRUM(수문 모형), K-River(하천수리 모형), K-Flood(홍수범람 모형), K-RSIM/K-Oper(저수지 운영 모형), K-GW(지하수 모형), K-Urban(도시홍수 모형) 등으로 구성된다. 운영 지원 분야로는 K-VCM(가상하도 생성 툴), K-FIM(GIS 홍수피해영역 맵핑 툴), K-HQ(수위-유량 관계 곡선식 산정 툴), K-AEP+(최적 발전량 산정 모형) 등이 포함된다.
K-series의 의미는 분명하다. 단순히 ‘외산을 대체했다’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여건에 최적화된 해석·예측 역량을 확보했고, 전문 인력과 기술 자립의 기반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물순환 해석 분야가 추격자에서 경쟁자로 넘어선 전환점이 됐다.
K-series SW 개요
물순환 해석 분야
① K-DRUM(수문 모형)
강우 유출해석을 위한 물리 기반의 격자· 분포형 수문해석
DB 연계기능, 입출력 가시화 기능, 증발산·융적설 모듈
② K-River(하천수리 모형)
정상류·부정류 및 구조물 해석이 가능한 1차원 하천수리해석
하천 분기, 합류 해석, 수위·유량·유속 해석
③ K-Flood(홍수범람 모형)
고해상도 지형 및 구조물을 반영한 2차원 홍수범람해석
적응형·가변형 및 Cutcell 격자 체계, K-River 연계
④ K-RSIM/K-Oper(저수지 운영 모형)
댐·보 연계 운영을 고려한 저수지 모의 운영
댐 홍수 조절을 위한 방류량 산정기능, 전용 GUI 제공
⑤ K-GW(지하수 모형)
3차원 지하수 흐름 및 용질 운송·밀도류 해석
포화대·불포화대 흐름 모의, K-DRUM/K-River 연계
⑥ K-Urban(도시홍수 모형)
도시 유역 특성을 고려한 1D·2D 동적 통합 도시침수 해석
강우 유출해석, 하수관망 흐름해석, 내외수 연계, 1D·2D 양방향 흐름 분석, 도시 치수시설물 반영 분석
운영 지원 분야
⑦ K-VCM(가상하도 생성 툴)
⑧ K-FIM (GIS 홍수피해영역 맵핑 툴)
⑨ K-HQ (수위-유량 관계 곡선식 산정 툴)
⑩ K-AEP+ (최적 발전량 산정 모형)
디지털 트윈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K-series가 완성됐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진짜 승부처는 이제부터다. 물관리 Digital Twin(DT) 플랫폼에서 핵심은 미래를 그려내는 시뮬레이션 SW의 예측력과 정확도다. 댐과 하천을 가상공간에서 재현하고, 시뮬레이션과 시각화를 통해 의사결정을 돕는 DT 플랫폼의 목적을 생각하면, 물순환 해석·예측 SW의 완성도가 곧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4년부터 DT의 핵심 과제인 홍수 예측 고도화를 위해 K-series 수치 모형과 AI 예측 기술을 접목하는 실증과 성능 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리 기반 모형의 신뢰성과 AI의 속도·학습력을 결합해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최근에는 물리 법칙을 AI 학습에 반영해 예측력을 끌어올리는 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 같은 융합 시도도 활발해 해석·예측 기술은 앞으로 더 정교해질 전망이다.
현장 확산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K-series를 DT 플랫폼의 핵심 요소 기술로 탑재·운영하며 활용성을 넓히고, 기술 공개를 통해 ‘재활용 → 재배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예측력이 높은 시뮬레이션 SW를 품은 DT 플랫폼은 심화되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디지털 물관리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투자와 협력의 판을 키우는 일이다. 10년간의 노력으로 이룬 K-series 국산화 성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기술 개발과 성능 개선, 기술이전과 사업화까지 이어져야 국내 디지털 물산업의 성장 동력이 된다. 동시에 물관리 전문기관뿐 아니라 AI·빅데이터 기업, 산학연이 함께하는 공동개발·공동활용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기술 주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물순환의 미래는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정확히’로 향한다.
PINN: 딥러닝과 물리학 법칙(수학적 방정식)을 결합한 AI 기술로 데이터 부족 문제 해결과 결과의 도출 과정에 대한 물리학 법칙을 통한 해석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