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감, 그윽한 향기, 달콤한 맛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는 요리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단 한 꼬집만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요리를 완성시키는 기적의 식재료를 소개한다.
글. 조수빈
금보다 귀한 향신료 사프란
사프란은 붓꽃과 식물인 보라색 크로커스 꽃의 빨간 암술대를 건조시켜 만든 향신료이다. 꽃 한 송이에 단 세 개의 암술대만 있어 1g의 사프란을 얻기 위해서는 백 송이 이상의 꽃이 필요한 데다, 암술만을 따야 해서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세계에서 가장 귀한 향신료로 꼽힌다.
사프란은 음식과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기적의 식재료다. 먼저 사프란에는 ‘크로신’이라는 색소 성분이 있어 음식에 넣으면 황금빛으로 변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맛을 내기보다 음식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천연 착색제로 사랑받아 왔다. 뿐만 아니라 한 꼬집만 넣어도 음식의 향과 풍미가 놀랍게 깊어진다. 해산물의 비린내를 없애주는 효과도 있어 파에야, 리소토, 생선요리 등에 자주 쓰인다. 또한 사프란의 ‘크로신’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여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숙면을 돕는다.
땅속의 다이아몬드 트러플
프랑스 3대 진미 중 하나인 트러플은 서양 송로버섯의 일종으로, 떡갈나무숲 깊은 땅속에서 자생한다. 30cm에서 깊게는 1m아래에서 자라서 찾고, 채취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이 때문에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만큼 귀한 식재료이다.
트러플은 향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버터처럼 진한 버섯 향과 흙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농후한 풍미를 낸다. 그래서 처음 맛보면 낯설게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자꾸 생각날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트러플은 오래 가열하면 특유의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 요리에 활용하거나 오일, 꿀 같은 형태로 만들어 샐러드, 수프 등에 곁들여 먹는 것이 좋다.
미소를 부르는 향기 바닐라빈
아이스크림, 커피, 크림 등으로 익숙한 ‘바닐라’는 난초과 식물이며, 우리가 흔히 아는 달달한 맛과 향을 내는 건 바닐라의 열매 ‘바닐라빈’이다. 바닐라빈의 생산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바닐라는 첫 꽃이 피기까지 최대 3년이 걸린다. 게다가 꽃 피는 기간이 매우 짧고 수정을 할 때도 사람이 직접 손으로 꽃가루를 옮겨 주어야 한다. 이후 약 9개월을 기다려야 열매가 익고, 수확한 열매를 물에 데치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바닐라빈을 얻을 수 있다.
바닐라빈은 특유의 부드럽고 그윽한 향 덕분에 디저트, 음료, 향수까지 다양한 데에서 사랑받고 있다. 요즘에는 인공 바닐라 향료인 ‘바닐린’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천연 바닐라빈에서 우러나오는 향은 그보다 훨씬 섬세하고 풍부하다. 요리에 쓰일 땐 열매 껍질을 반으로 가르면 나오는 까만 알갱이만을 주로 사용하는데, 빈 껍질에도 향이 강하게 남아있어 우유와 함께 끓여 풍미를 내는 데 사용되곤 한다.
신이 주신 선물 카카오
초콜릿의 원료로 잘 알려진 카카오는 고대 아즈텍문명에서부터 신에게 바치는 재물로 쓰이거나 화폐로도 쓰일 만큼 귀한 식품으로 여겨져 ‘신들의 음식’이라 불려 왔다. 오늘날에도 카카오는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 물질 등 여러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슈퍼 푸드’로 통한다. 뿐만 아니라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은 단 한 조각으로도 사람의 기분을 바꾸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에는 스트레스 해소 성분인 아미노산의 일종, 트립토판이 들어있는데 이는 뇌에 행복을 전달하는 동시에 숙면을 돕는다.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이 입에서 녹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이다. 카카오는 초콜릿이나 ‘코코아’ 라 불리는 카카오 분말을 먹는 것으로 쉽게 섭취할 수 있는데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90~100%인 것을, 카카오 분말은 식물성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