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의 세월을 품은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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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목벌동 인근은 예로부터 ‘곱돌마을’이라 불렸다. ‘활석이 생산되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마을 아이들은 광산에서 얻은 활석으로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고 한다. 현재 충주호 안쪽에 자리 잡은 활옥동굴의 본래 이름은 ‘동양광산’이었다. 1919년 처음 문을 열어 한때 1천 명이 넘는 광부가 활옥, 백옥, 활석을 캐느라 분주한 아시아 최대의 활석광산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수입 활석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70년 가까이 호황을 누리던 광산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됐고, 적자를 견디지 못한 광산은 결국 폐광했다. 100여 년 가까이 동굴 속 어둠을 밝히던 불빛도 그렇게 사라졌다.
광산에 다시 사람이 모여든 것은 2019년. ‘활옥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새단장을 한 이곳에는 활석을 캐던 광부 대신 동굴을 탐험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활옥동굴은 전체 길이 57km에 달하는 갱도 중 약 2.3km 구간을 정비하여 조성한 체험형 테마파크이며, 옛 광산사업소 사무실은 식당으로, 활석 제분공장은 카페로 바뀌었으며 이밖에 수경재배 빛조형물 전시, 수경재배, 와인 저장고 등 10개가 넘는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동굴’이라 하면 어두컴컴하고 으슥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활옥동굴은 밝다. 이곳에서 주로 캐던 ‘활석’은 하얀색 광물로 표면 촉감 또한 비누처럼 부드럽고 매끈하다. 그렇기에 용암동굴이나 석회동굴과 달리 내부가 환하다. ‘하얀동굴’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 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11~15도 사이를 유지하는 덕분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도, 추위가 맹렬한 한겨울에도 쾌적하다. 특히 여름에 이곳에 오래 있다 보면 냉기가 느껴지기도 하니 가벼운 겉옷을 하나 챙기는 것이 좋다.
- 광부의 삶을 탐험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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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옥동굴 입구에는 광산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광부들의 치열했던 땀방울과 시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과거 지하 900m를 45도 경사로 오르내리며 무거운 광물을 운반했던 광산 설비, ‘권양기’의 흔적도 남아있다. 500마력의 권양기는 광물을 최대 10톤까지 적재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권양기이며, 이밖에도 150마력·300마력 권양기와 광부들이 지하 깊은 곳에 내려가기 위해 사용하던 레일, 사갱 운반차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의 발자취와 광부들의 삶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체험학습 장으로도 손색없다.채석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곳곳에는 빛을 이용한 조형물이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해초, 조개, 해파리, 돌고래 등 바닷속을 형상화한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해양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활옥동굴의 백미는 천연 암반수로 채운 호수를 탐험할 수 있는 ‘동굴카약’이다. 150m가량의 코스를 따라 노를 젓다 보면 수심 50cm 남짓한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송어와 철갑상어를 만날 수 있다. 벽면 가까이에서 동굴을 감상하는 경험도 색다르다. 이색체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굴의 서늘한 기온과 청정수질을 활용하여 수경재배 중인 ‘고추냉이’, 동굴의 온도와 습도를 이용해 숙성시킨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와인은 충주에서 난 사과로 빚어 더욱 달콤하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다시 불을 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활옥동굴. 과거에서 깨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 활옥동굴의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충주 활옥동굴
- A 충청북도 충주시 목벌안길 26
- H 09:00~18:00(매주 월요일 휴무)
- T 0507-144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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