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낙조전망대
  • 만경낙조전망대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만경읍 토정길 216
생명을 가꾸는 기적의 땅, 김제
“초록빛으로 넘치는 들녘 끝은 아슴하게 멀었다. 그 넓은 들은 한낮의 생기를 잃고 야릇한 적요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조정래 작가가 쓴 소설 『아리랑』의 첫 문장처럼 김제는 우리나라 어디서도 보기 드문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김제와 만경평야는 봄이면 논물 위로 하늘이 비치고,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풍요로운 풍경 뒤에는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진 벽골제가 있다. 지금도 일부 제방과 수문이 남아 있어 당시 고도로 발달했던 토목기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1925년 ‘동진토지개량조합’에서 이 둑을 농사짓는데 필요한 물을 대는 통로로 고쳐 이용하면서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다.
현재 벽골제에는 수문과 벽골제 중수비 외에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먼저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과 농경사주제관 및 체험관에서는 농경의 역사와 가치는 물론이고 수리시설의 원리, 옛 농기구, 벼농사 과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쌍룡 조형물은 벽골제를 대표하는 포토존이다. 이 조형물은 벽골제를 지키던 용에 얽힌 전설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벽골제에서 도로를 건너면 아리랑문학관이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40여 년의 시간 동안 수탈을 피해 전 세계로 흩어졌던 민초의 수난과 항전을 그려낸 대하소설이다. 문학관에 발을 들이면 조정래 작가의 육성이 들려온다. “징게맹갱 외에밋들(김제 만경 너른 들)은 대대로 우리 민족의 쌀 창고로써 그 풍요로움 때문에 일제의 철저한 수탈 대상이 되었으며, 역설적으로 그 시기를 증언하는 소설 『아리랑』의 주 무대가 되었다.”라고 담담하게 전한다. 문학관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와 취재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평야를 벗어나 만경낙조전망대에 오르면 풍경이 사뭇 변한다. 들판의 노란 이삭도,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도, 그리고 저 멀리 지평선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인근의 망해사는 ‘바다를 바라본다’는 이름처럼 서해의 낙조를 품은 작은 절이다. 대웅전 마당에서 바라보는 고즈넉한 붉은 석양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따뜻하다. 특히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앉으면, 농사짓던 손을 잠시 멈춘 채 하늘을 올려다보던 농부의 여유를 떠올리게 된다. 만경강의 끝자락에 있는 심포항은 예부터 어선이 드나들던 김제의 작은 포구로 바다 내음이 물씬하다. 싱싱한 어패류를 정성껏 차려내는 식당들이 여럿 있어 식도락 여행객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 벽골제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로 442
  • 아리랑문학관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부량면 용성1길 24
  • 금산사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
  • 금산교회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로 407
  • 수류성당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수류로 643
삶의 터전 김제, 일상의 기적을 쓰다

김제의 삶터는 들판과 다른 속도로 흐른다. 농사로 얻은 수확이 삶을 지탱했지만, 사람들은 신앙과 공동체 속에서 일상의 균열을 메우고, 때로는 분노를 표출하며 권력에 저항했다. 모악산 자락의 금산사가 그 중심에 있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599)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고려 문종 연간에 전성기를 맞아 미륵신앙을 중심으로 지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다 동학과 의병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미륵전의 미륵불은 높이가 무려 11m에 달한다. 엄혹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백성들의 간절한 마음이 거대한 불상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사찰의 고즈넉한 오솔길, 미륵전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 풍경을 걷고 즐기려는 사람들로 주말엔 분주하다. 경내에는 국보와 보물 등 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산사 근처에는 독특한 건축미를 간직한 예배당이 있다. 1908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데이트(한국명 최이덕) 목사 부부가 설립한 금산교회다. 당시 유교적 관습에 따라 남녀가 한자리에 앉을 수 없었기에 예배당을 ‘ㄱ’자 형태로 지었다. 이 독특한 구조와 함께 초기 신앙 공동체의 삶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금산교회와 달리 서양 고딕식 양식이 멋진 수류성당도 인근에 있다. 성당 앞에 있는 녹슨 종은 살짝만 두드려도 깊고 은은하게 울리며 마음에 스민다.

김제의 삶터는 들판과 다른 속도로 흐른다. 농사로 얻은 수확이 삶을 지탱했지만, 사람들은 신앙과 공동체 속에서 일상의 균열을 메우고, 때로는 분노를 표출하며 권력에 저항했다. 모악산 자락의 금산사가 그 중심에 있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599)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고려 문종 연간에 전성기를 맞아 미륵신앙을 중심으로 지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다 동학과 의병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미륵전의 미륵불은 높이가 무려 11m에 달한다. 엄혹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백성들의 간절한 마음이 거대한 불상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사찰의 고즈넉한 오솔길, 미륵전과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 풍경을 걷고 즐기려는 사람들로 주말엔 분주하다. 경내에는 국보와 보물 등 많은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금산사 근처에는 독특한 건축미를 간직한 예배당이 있다. 1908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데이트(한국명 최이덕) 목사 부부가 설립한 금산교회다. 당시 유교적 관습에 따라 남녀가 한자리에 앉을 수 없었기에 예배당을 ‘ㄱ’자 형태로 지었다. 이 독특한 구조와 함께 초기 신앙 공동체의 삶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금산교회와 달리 서양 고딕식 양식이 멋진 수류성당도 인근에 있다. 성당 앞에 있는 녹슨 종은 살짝만 두드려도 깊고 은은하게 울리며 마음에 스민다.
김제의 삶의 터전 가운데 억눌린 백성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곳, 원평집강소가 있다. 백정 출신인 동록개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대접주 김덕명 장군에게 ‘신분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헌납했다고 한다. 마당 한편에 서 있는 장승에 ‘동록개의 꿈’이라 적혔다. 잔뜩 찌푸린 인상에서 신분에 억눌린 처절한 고뇌가 느껴진다. 현재 건물은 복원된 것이다. 이후 발걸음이 닿은 곳은 아리랑문학마을이다. 소설 『아리랑』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죽산면에 조성돼 있어 소설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아리랑문학마을은 홍보관을 중심으로 하얼빈역, 내촌과 외리마을, 근대 수탈 기관으로 나뉜다. 홍보관은 소설을 입체적으로 꾸며놓아 소설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내촌과 외리마을에는 소설 속 인물인 손판석, 지삼출, 감골댁, 송수익 등의 가옥을 재현해 놓았다. 초가에 야트막한 담장을 에두른 집들이라 민속촌에 온 듯하지만, 집마다 세워놓은 안내문을 살피다 보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이 그려져 한탄스러운 감정이 썰물처럼 밀려온다. 근대 수탈 기관에서는 애걸복걸하는 사람과 그것을 무시한 채 가혹한 폭언을 쏟아내는 목소리가 극과 극을 달린다. 마지막 하얼빈역은 실제 역사를 60% 축소해 지었다고 한다.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저격하는 안중근 의사와 총탄에 맞아 쓰러진 이토 히로부미의 모습이 생생하다.
황금 들녘에서 시작된 김제 여행은 아리랑문학마을을, 핏빛으로 물든 만경낙조전망대와 망해사를 거쳐 어둠이 내려앉은 심포항에서 막을 내린다. 금빛 물결이 만경강에 흘러들면 길이가 33.9km에 달하는 새만금방조제를 마주한다. ‘바다의 만리장성’ 이라 불리는 새만금방조제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다. 예부터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를 합쳐 금만평야라 불렀다. ‘금만’을 ‘만금‛으로 뒤집고 ‘새’자를 붙여 ‘새만금’이 됐다. 금빛으로 빛나는 새로운 기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평범하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일상의 기적을 기대하며 금빛으로 물든 태양과 일렁이는 들녘이 있는 김제로 떠나보면 어떨까?

김제의 삶의 터전 가운데 억눌린 백성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곳, 원평집강소가 있다. 백정 출신인 동록개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대접주 김덕명 장군에게 ‘신분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헌납했다고 한다. 마당 한편에 서 있는 장승에 ‘동록개의 꿈’이라 적혔다. 잔뜩 찌푸린 인상에서 신분에 억눌린 처절한 고뇌가 느껴진다. 현재 건물은 복원된 것이다. 이후 발걸음이 닿은 곳은 아리랑문학마을이다. 소설 『아리랑』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죽산면에 조성돼 있어 소설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아리랑문학마을은 홍보관을 중심으로 하얼빈역, 내촌과 외리마을, 근대 수탈 기관으로 나뉜다. 홍보관은 소설을 입체적으로 꾸며놓아 소설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내촌과 외리마을에는 소설 속 인물인 손판석, 지삼출, 감골댁, 송수익 등의 가옥을 재현해 놓았다. 초가에 야트막한 담장을 에두른 집들이라 민속촌에 온 듯하지만, 집마다 세워놓은 안내문을 살피다 보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이 그려져 한탄스러운 감정이 썰물처럼 밀려온다. 근대 수탈 기관에서는 애걸복걸하는 사람과 그것을 무시한 채 가혹한 폭언을 쏟아내는 목소리가 극과 극을 달린다. 마지막 하얼빈역은 실제 역사를 60% 축소해 지었다고 한다.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저격하는 안중근 의사와 총탄에 맞아 쓰러진 이토 히로부미의 모습이 생생하다.
황금 들녘에서 시작된 김제 여행은 아리랑문학마을을, 핏빛으로 물든 만경낙조전망대와 망해사를 거쳐 어둠이 내려앉은 심포항에서 막을 내린다. 금빛 물결이 만경강에 흘러들면 길이가 33.9km에 달하는 새만금방조제를 마주한다. ‘바다의 만리장성’ 이라 불리는 새만금방조제는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다. 예부터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를 합쳐 금만평야라 불렀다. ‘금만’을 ‘만금‛으로 뒤집고 ‘새’자를 붙여 ‘새만금’이 됐다. 금빛으로 빛나는 새로운 기적을 기대해볼 만하다. 평범하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일상의 기적을 기대하며 금빛으로 물든 태양과 일렁이는 들녘이 있는 김제로 떠나보면 어떨까?

  • 원평집강소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금산면 봉황로 5
  • 아리랑문학마을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죽산면 화초로 180
  • 심포항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진봉면 심포6길 172
  • 망해사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진봉면 심포10길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