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발견

강은 어떻게 음악이 되었을까?

스메타나와 <몰다우>

졸졸 흐르는 작은 물줄기가 모여 강이 되고,
숲과 마을을 지나 거대한 물길로 흘러간다.
체코의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는
블타바강의 여정을 음악으로 옮겼다.
흐르는 물을 따라 풍경과 사람들의 삶,
한 나라의 역사까지 품은
<몰다우>의 선율을 따라가 본다.

글. 편집실

두 개의 샘에서 시작된 음악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řich Smetana)는 1874년부터 1879년까지 체코의 자연과 역사, 전설을 소재로 여섯 편의 교향시를 작곡했다. 이를 하나로 묶은 작품이 <나의 조국(Má vlast)>이다. 그중 두 번째 곡인 <블타바(Vltava)>는 체코에서 가장 긴 강인 블타바강의 흐름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국내에는 강의 독일어 명칭에서 유래한 <몰다우(The Moldau)>라는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곡은 아주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한다. 두 개의 샘에서 솟아난 물이 하나로 합쳐져 점차 넓은 강이 되는 모습을 악기의 선율로 그려낸 것이다. 처음에는 플루트가 가볍고 빠른 음형을 연주하고 뒤이어 클라리넷이 합류한다. 작은 물줄기가 서로 만나듯 악기가 하나둘 더해지고, 마침내 현악기가 널리 알려진 ‘블타바의 주제’를 연주하면서 눈앞에 큰 강이 펼쳐지듯 음악도 풍성해진다.

선율을 따라 흐르는 블타바강

강이 넓어지면서 음악 속 풍경도 끊임없이 바뀐다. 스메타나는 이 곡이 어떤 장면을 그리고 있는지 직접 설명을 남겼다. 강은 숲과 초원을 지나고, 그 곁에서는 시골의 결혼식이 펼쳐진다. 밤이 찾아오면 달빛 아래 물의 요정들이 춤을 추고, 주변 절벽 위로 오래된 성과 폐허가 모습을 드러낸다.
풍경이 달라질 때마다 음악도 모습을 바꾼다. 숲의 사냥 장면에서는 호른이 울려 퍼지고, 결혼식에서는 경쾌한 춤곡이 흘러나온다. 밤이 되면 선율은 한층 부드럽고 신비로워진다. 이어 강물이 성 요한 급류에 이르면 음악은 거칠고 빠르게 요동친다. 악기의 음색과 리듬, 세기를 바꾸며 잔잔하게 흐르다가 거세게 휘몰아치는 물의 움직임을 음악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급류를 벗어난 강은 다시 넓고 장대한 흐름을 되찾는다. 마침내 프라하에 이르면 체코의 역사와 전설을 상징하는 비셰흐라트를 지나고, 이후 블타바강은 멀리 흘러 엘베강과 하나가 되며 음악 속에서도 서서히 사라진다. 작은 샘에서 출발했던 물이 수많은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지나 거대한 강으로 성장하는 한 편의 여정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스메타나가 직접 쓴 <블타바> 자필 악보
Ⓒ Wikimedia Commons

한 줄기 강이 ‘조국’이 되기까지

놀라운 것은 이처럼 생생한 물의 풍경을 음악으로 그려낼 당시 스메타나가 이미 청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1874년 11월 20일 작곡을 시작해 불과 19일 만인 12월 8일 곡을 완성했다. 실제 자필 악보 마지막에도 완전히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19일 만에 완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도 스메타나는 자신이 보고 기억해온 조국의 풍경을 음악으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간 것이다. 블타바강 또한 그가 <나의 조국>을 통해 그려낸 체코의 여러 모습 가운데 하나였다.
스메타나가 <나의 조국>에 담은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땅의 자연과 그곳에 쌓인 역사와 기억이었다. 블타바강 역시 숲과 들판, 마을과 프라하를 하나의 물길로 이어가며 체코의 풍경과 삶을 음악 속에 펼쳐 보인다. 그렇게 한 줄기 강을 따라 그려낸 조국의 풍경은 스메타나 개인의 작품을 넘어 체코인들이 함께 기억하는 음악으로 이어졌다. 체코 필하모닉은 1901년 처음 <나의 조국> 전곡을 연주한 이후 지금까지 700회 이상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도 연주되며 체코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두 개의 작은 샘에서 시작해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강이 되는 블타바. 스메타나의 음악 속에서 강은 그저 흘러가는 물길에 머물지 않았다. 자연과 사람, 역사와 기억을 하나로 이어가며 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악으로 흐르는 중이다.

곡은 아주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한다.
두 개의 샘에서 솟아난 물이
하나로 합쳐져 점차 넓은 강이 되는 모습을 악기의 선율로 그려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