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올여름은 유난히 바빴어요. 여우락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7월 한 달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아요.(웃음) 12개 공연의 합주부터 리허설, 본 공연까지 계속 함께했거든요. 제가 늘 해오던 대중음악이 아니라 국악을 다루는 자리라 그만큼 많이 공부하고 정성을 쏟았습니다. 지금은 국악방송 라디오 DJ를 하면서, 10월에 열리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Q. 1995년 정식 데뷔 후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해오고 계세요. 그동안 싱어송라이터뿐 아니라 라디오 DJ, 공연・축제의 예술감독 등 활동의 영역도 넓어지셨고요.
뮤지션들은 마음속에 음악으로 만든 ‘자기만의 동네’가 있다고 생각해요. 부루마블처럼 땅도 사고, 호텔도 짓고, 랜드마크도 만들면서 자기 세계를 하나씩 넓혀가는 거죠. 저 역시 그렇게 음악의 영역을 계속 넓혀왔고, 요즘은 국악이라는 한옥집을 하나 짓고 있습니다. 집 안에 제가 좋아하는 펑크, 록 같은 재료들을 채워 넣은 저만의 한옥집인 거죠.
Q. 이한철 님의 동네에서 가장 큰 랜드마크라면 역시 2005년에 발표하신 ‘슈퍼스타’일 것 같아요. 노래에 어떤 마음을 담고 싶었나요?
당시는 밴드 활동을 그만두고 솔로로 독립한 뒤 3년 정도 앨범을
내지 못하고 있던 때였어요. 함께 음악을 만들던 동료들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죠.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하다가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서 큰 좌절을 겪고 잠시 제
집에서 지내고 있던 친구였죠.
어느 날 제가 밴드와 합주를 하고 있는데 한쪽에 앉아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당시 가사가 완성되지 않아서 즉석에서 ‘괜찮아, 잘될
거야’라고 부르다가 그 친구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그 순간 ‘이
노래를 이 친구를 응원하는 내용으로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까무잡잡한 스포츠맨’, ‘서울로 왔던’처럼 굉장히
구체적인 표현을 가사에 넣었어요. 이 친구에게 인생의 BGM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노래가 많은
분에게 사랑받게 됐어요. 그 일을 겪으면서 창작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 튜브앰프 뮤직
Q.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오면서 ‘좋은 음악’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요즘은 ‘세상의 모든 음악은 좋은 음악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멜로디 중심의 감성적이고 따뜻한 팝 음악, 신나고 발랄한 록 음악을 좋아하는데요. 라디오 DJ를 하면서 국악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안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어요. 최근에는 EDM도 깊이 들어보니 좋은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후배 뮤지션을 만날 때도 “이걸 왜 사람들이 좋아하지?” 싶은 음악이 있다면 오히려 더 반복해서 들어보라고 해요. 다양한 물음으로 듣는 과정을 통해서 그 음악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곧 그의 음악을 다채롭게 만드는 재료가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Q.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다가 여행에 푹 빠지던 시절도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만든 ‘흘러간다’라는 곡에는 이한철 님의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고요.
‘흘러간다’는 여행을 많이 다니던 시절, 아프리카에서 만든
노래예요. 잔지바르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배를 타기 전
오랜만에 인터넷을 봤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공연도 하고
앨범도 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순간 ‘나 이렇게
놀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배를 타고 가면서 보니 모든 배가 똑같은 길로 가지
않더라고요. 어떤 배는 이쪽으로, 어떤 배는 저쪽으로 가면서 서로
다른 물길을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그때 ‘우리도 서로 다른 배를
타고 각자의 물길을 만들어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니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내 속도로
가면 되는 거예요. 둘러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겠지만 계속
흘러가다 보면 원하던 곳에 닿을 수 있으니까요. ‘흘러간다’는
그런 삶의 태도를 저 자신에게 계속 일깨워주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Q. 그렇게 자신만의 흐름을 따라온 이한철 님에게 무대는 또 어떤 공간일까요?
무대에서는 그 순간에 솔직하려고 해요. 솔직하게 말하고 노래하고 표정을 짓는 거죠. 공연은 관객에게 저를 보여주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저 역시 관객을 보는 시간이에요. 제가 장난을 걸면 관객이 받아주고, 미리 계획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현장에서 만들어질 때 정말 즐거워요. 그런 재기발랄한 순간이 라이브를 라이브답게 만들어줘요.
Q. 마지막으로 이한철이라는 음악가가 사람들에게 어떤 음악과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사실 저라는 사람 자체는 그렇게 많이 기억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웃음) 다만 제가 발표한 노래들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부터 노래를 발표하는 일을 ‘잘 심어놓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상품처럼 많이 팔리고 당장 많은 사람에게
들리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여기저기에 노래를 계속 심어놓는
거죠. 저는 제 노래에 자신이 있거든요.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언젠가 그 노래를 발견하고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반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그것도 같은
의미예요. 필요할 때 함께 노래하고 음악을 나눌 수 있는 사람. 제
음악도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 속에 오래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 없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내 속도로 가면 되는 거예요.
둘러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겠지만
계속 흘러가다 보면
원하던 곳에 닿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