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ter LAB

재생에너지의 빈틈을 채우다

그린수소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든 전기가 모두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 생산이 수요를 넘어서면 발전량을 강제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렇게
쓰이지 못하는 재생에너지를
그린수소로 바꾸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버려질 뻔한 전기를 저장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새로운 방법을 살펴본다.

글. K-water연구원    참고자료. 「Water&Tech
INSIGHT」 2026년 8월호

경기도 성남정수장의 그린수소 실증시설

남는 전기는 어디로 갈까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을 필요한 만큼 조절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태양광은 햇빛이 강할 때, 풍력은 바람이 잘 불 때 많은 전기를 만든다.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과 발전량이 많은 시간이 꼭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생산한 전기가 수요보다 많거나 송전선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한(Curtailment)’이 이뤄진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은 제주에서는 2022년 132회의 출력제어가 시행되어 약 28.9GWh의 전력이 사용되지 못했다.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와 같이 출력제한되는 전력량도 크게 늘고 있다.
출력제한이 빈번해지면 재생에너지 활용률도 떨어지고, 발전사업의 경제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기가 남을 때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그린수소’다.

전기를 수소로 저장하다

그린수소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이때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나누는 기술을 ‘수전해’라고 한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린수소는 남는 재생에너지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수 시간 단위의 짧은 저장에 적합하다면, 수소는 수 주에서 계절 단위까지 저장할 수 있다. 필요할 때 다시 전력을 생산할 수도 있고 산업 원료나 모빌리티 연료 등으로 쓸 수도 있다. 배터리와 수소는 경쟁하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대의 에너지 저장을 담당하는 셈이다.
다만 현재의 그린수소 생산 방식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태양광에서 생산된 직류(DC) 전기는 교류(AC)로 바뀌어 전력망으로 보내지고, 수소를 생산할 때는 다시 직류로 변환된다. 직류에서 교류로, 다시 직류로 두 차례 바꾸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게다가 출력제한이 발생하면 전력망으로 보내지 못한 남은 전력을 활용하기 어렵다.

태양광에서 그린수소까지 바로 연결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설비와 수전해 설비를 전력망과 분리해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두 설비 모두 직류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태양광에서 만든 직류 전기의 전압만 수전해 설비에 맞게 조정해 바로 공급하면 불필요한 전력 변환을 줄일 수 있다. 출력제한으로 전력망에 보내지 못하는 전기도 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방식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증도 시작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태양광 발전설비와 DC-DC 컨버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관리시스템(PMS), 수전해 시스템을 갖춘 중규모 파일럿 설비를 구축해 2026년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태양광은 165kW, 수전해 설비는 100kW, ESS는 333kWh 규모다.
앞으로의 과제는 날씨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태양광 발전량에도 수전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전하는 것이다. ESS의 적정 용량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실증 과정에서 다양한 운전 데이터를 쌓으며 기술의 안정성과 효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태양광과 수전해를 연결하는 데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보유한 물 인프라도 강점이 된다. 수전해에는 전기뿐 아니라 고순도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상태양광은 재생에너지와 수자원을 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어 그린수소 생산과 연계하기에 유리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태양광 직접연계 그린수소 생산기술을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고도화할 계획이다. 나아가 현재 활용하지 못하는 잉여전력을 그린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제안해나갈 예정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더 알뜰하게 활용하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선택지다. 버려질 수 있는 전기를 수소로 전환해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기술이 재생에너지의 활용가치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합천댐 수상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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