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토크

의문의 펌프와 콜레라 탐정

존 스노우(John Snow)

1854년, 영국 런던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이 빠르게 퍼지며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었다.
방울이는 환자들이 남긴 흔적을 좇아 병의 원인을 추적하고 있다는 한 의사를 만나러 시간여행을 떠났다.

글. 이명석 문화비평가    일러스트. 심은경

방울이

방울이

여기가 런던의 중심, 소호에 있는 브로드 스트리트가 맞죠? 선생님이 혹시 병의 원인을 추적하고 계신 분인가요?

스노우

스노우

그렇단다. 나는 의사인 존 스노우라고 해. 지금 런던에 퍼지고 있는 콜레라의 원인을 찾고 있지.

방울

방울이

의사 선생님이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뭔가를 조사하고 계시네요?

스노우

스노우

첫 주엔 93명이 병원에 실려 왔고 다음 주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어. 그래서 환자들이 어디에서 살았는지 하나하나 지도에 표시해보고 있단다. 여기 보이는 검은 표식이 환자가 발생한 곳이야.

방울

방울이

정말 많네요. 그런데 지도를 살펴보면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나요?

스노우

스노우

아직 많은 의사들은 콜레라의 원인이 독을 품고 악취를 풍기는 ‘공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단다. 나는 요크 지방에서 태어났는데, 석탄 야적장, 시장, 묘지에서 흘러나온 폐수가 강을 더럽히며 병을 일으키는 걸 보았거든.

방울

방울이

그래서 환자들이 어디서 물을 가져와 마셨는지 지도를 보며 조사하고 계신 거군요?

스노우

스노우

그래. 아무래도 이 공용 펌프가 중요한 단서인 것 같다. 주변 콜레라 환자 대부분이 이 펌프의 물을 마셨고, 여기서 한참 떨어진 곳의 환자들도 이 물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어. 하지만 근처에 살면서 다른 물을 마신 주민들은 병에 걸리지 않았지. 오염된 물이 펌프로 흘러 들어간 게 원인이었던 거야. 이 펌프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방울

방울이

우와! 펌프의 손잡이를 떼어냈어요. 이제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을 막을 수 있겠어요.

스노우

스노우

하지만 문제는 이 펌프 하나가 아니야. 진짜 원인은 저 거대한 템즈강에 있단다. 산업혁명으로 많은 사람이 런던에 몰려들면서 폐수와 오물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강으로 흘러들고 있거든. 실제로 이런 하수가 흘러들지 않는 상류 지역에 비해 오염된 물을 공급받은 지역에서 콜레라 환자가 훨씬 많이 발생했어.

방울

방울이

결국 선생님이 지도에서 찾고 있던 단서들이 모두 ‘물’로 이어진 거네요.

스노우

스노우

그렇지. 사람에게 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오염된 물은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일수록 깨끗한 물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일이 중요하지.

방울

방울이

이제 알겠어요. 환자들이 남긴 흔적을 지도에 표시하고 하나씩 단서를 좇아 콜레라와 물의 관계를 밝혀냈으니, 정말 ‘콜레라 탐정’이라고 부를 만하네요!

스노우

스노우

하하, 탐정이라니 재미있는 별명이구나. 나는 그저 사람들이 안심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란다.

방울

방울이

저도 돌아가면 매일 마시는 깨끗한 물이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

* 타임슬립 토크는 물과 관련한 역사 속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가상 대담 코너입니다.

존 스노우(1813년~1858년)

영국의 의사이자 역학의 선구자.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가 유행하자 환자 발생 지역과 식수 이용 경로를 추적해 오염된 물이 콜레라 확산과 관련 있음을 밝혀냈다. 질병의 원인을 과학적인 조사와 데이터로 규명하며 현대 역학과 공중보건 발전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