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마음 근육과 비례하는
몸의 근육

글. 박상미 심리학자
(힐링캠퍼스더공감 대표)

운동, 그 공정한 세계

주말 저녁,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내일 출근해서 그 산더미 같은 일들을 다 해낼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어느새 마음은 불안과 무기력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밤새 고민해 봐야 머리만 아플 뿐, 가라앉은 기분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기력은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이 멈췄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늪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우아하고 확실한 처방전은 의외로 아주 간단합니다. 침대 시트를 걷어차고 일어나 운동화 끈을 묶는 것입니다. 운동의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정직하고 공정합니다.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

오늘 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린 1km,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들어 올린 덤벨의 무게는 단 1초도 나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내가 움직인 만큼, 땀을 흘린 만큼 고스란히 정직한 결과로 보답합니다. 거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스쿼트를 딱 30개만 해보세요. 처음 10개까지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지만, 마지막 30개를 채우고 땀을 닦아낼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승리감이 차오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자기효능감’이라고 부릅니다. 거창한 단어 같지만, 쉽게 말해 ‘내가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여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깊은 통제감입니다.
세상에 치여 “난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는구나” 싶을 때, 운동을 통해 얻은 이 작은 성공의 기억은 마음 밑바닥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헬스장 문을 나서는 순간, 그 자신감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나의 일상으로 번집니다. 월요일 아침, 쏟아지는 업무 앞에서도 “내가 어제 그 힘든 러닝도 버텨냈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고 받아칠 수 있는 단단한 맷집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울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뇌를 깨우는 처방전, ‘BDNF’

하버드 의과대학의 존 레이티 교수는 운동을 두고 “뇌를 위한 천연 영양제”라고 정의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숨이 차오를 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기적 같은 화학 작용이 일어납니다.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 영역에 BDNF(뇌유래신경 성장인자)라는 이름의 신선한 비료가 뿌려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로 뇌세포가 쪼그라들고 우울함이 몰려올 때, 운동은 이 세포들을 다시 파릇파릇하게 살려내고 뇌 속의 찌꺼기를 깨끗하게 청소해 줍니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마쳤을 때 세상이 갑자기 선명해 보이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실제로 당신의 뇌가 젊어지고 리모델링되었다는 가장 정직한 생물학적 신호입니다.

움직임으로 채우는 에너지, 동적 휴식(Active Rest)

의자에 앉아 종일 머리를 쓰며 일하는 직장인에게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은 신체적 정지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가벼운 걸음으로 동네를 산책하며 신체의 혈액 순환을 돕고, 발바닥에 닿는 감각에 집중할 때 뇌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감소합니다. 땀이 살짝 날 정도의 기분 좋은 움직임은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됩니다.

인생을 바꾸는 20분의 마법

이 마법을 경험하기 위해 거창하게 헬스장에 등록하거나 비싼 장비를 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편안한 옷차림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세요. 처음 5분 동안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발걸음을 옮기며 굳어있던 몸을 깨워봅니다. 그다음 10분은 주변 풍경을 보며 조금씩 속도를 높여 가볍게 뛰어봅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면, 머릿속을 괴롭히던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은 숨 가쁜 호흡과 함께 밖으로 뿜어져 나갑니다. 마지막 5분, 거친 숨을 고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당신은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가올 미래가 두렵다면, 지금이 바로 몸을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생각을 멈추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불안은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단단한 자존감이 돋아날 것입니다. 당신의 삶을 바꾸는 힘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걸을 때 뇌와 마음이 살아납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면, 머릿속을 괴롭히던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은 숨 가쁜 호흡과
함께 밖으로 뿜어져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