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발견

끝없이 넘실대는 바다,
돌아갈 곳을 묻다

오디세이아

바다는 어디로든 이어지지만, 그 위에서는
익숙한 길을 찾을 수 없다.
약 3천 년 전, 호메로스는 이 변화무쌍한 공간에
한 인간의 긴 귀향길을 펼쳐놓았다.

글. 편집실

바다 위에서 시작된 가장 오래된 여행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를 향해 배를 띄운다. 목적지는 분명하다.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집이다. 하지만 그의 귀향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바다는 그를 곧장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낯선 섬과 존재,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오디세우스는 ‘로토스’라는 열매를 먹으면 고향을 잊게 되는 로토파고이족의 땅을 지나고,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 마주한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를 만나고, 마녀 키르케의 섬에 머물며, 아름다운 노래로 인간을 유혹하는 세이렌의 곁도 지난다. 때로는 머물고 싶은 곳을 만나고 때로는 호기심에 이끌려 미지의 세계로 향하며, 오디세우스는 바다가 열어주는 낯선 풍경과 존재들을 차례로 마주한다.
오디세우스의 이 험난한 귀향길을 담은「오디세이아」에서 바다는 단순히 목적지까지 건너야 하는 거대한 장애물이 아니다. 육지와 육지 사이를 연결하고 익숙한 세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열린 공간이다.

떠나야 비로소 보이는 것

「오디세이아」를 관통하는 중요한 단어가 있다. 고대 그리스어 ‘노스토스(nostos)’, 바로 ‘귀향’이다.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장소를 지나지만 끝내 이타카로 돌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영원한 젊음과 불멸을 약속하며 자신과 함께 머물라는 님프 칼립소의 제안조차 그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건너 돌아온 이타카는 떠나기 전과 같은 곳이면서 동시에 다른 곳이다. 긴 항해를 통해 수많은 삶의 방식과 낯선 세계를 경험한 뒤에야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더욱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귀향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선다. 멀리 떠나본 사람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정에 가깝다.
바다는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무대다. 육지에는 길과 경계가 있지만, 바다에는 정해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물결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풍경은 달라진다. 오디세우스 역시 그 변화하는 공간을 통과하며 매 순간 판단하고 선택한다. 때로는 기다리고, 돌아가고,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며 길을 찾아낸다.
「오디세이아」가 그를 힘센 전사보다 지혜와 임기응변에 능한 인물로 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3천 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항해

지금도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시 바다에 오른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를 비롯해 문학과 미술, 음악, 영화 등 수많은 작품이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려왔다. 지난 8월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하며 이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스크린 위로 불러냈다.
그의 목적지는 언제나 이타카지만, 우리가 오래 기억하는 것은 도착보다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항해다. 낯선 세계를 건너고 수많은 선택을 거친 끝에 비로소 자신이 돌아갈 곳을 알게 되는 것. 어쩌면 「오디세이아」가 지금까지도 계속 읽히는 이유는 그 오래된 항해가 여전히 우리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