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육
팔보오리
Q. 요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중국어를 전공했는데, 은사님께서 “중국 음식은 문학이나 사학, 철학만큼 연구할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며 요리를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하셨어요. 그 말씀을 듣고 대학교 1학년 때 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게 계기가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중국 요리를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Q. 50대에는 바이크를 타기 시작하셨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갱년기에 몸에 열이 많이 나면서 스쿠터를 타기 시작했어요. 1년 정도 타다 보니 더 큰 바이크를 타고 싶어졌고, 50대 후반에 할리를 샀죠.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바이크에 시동을 걸어놓은 걸 보면서 “어머, 내가 미쳤어”란 말을 열 번쯤 한 것 같아요.(웃음) 넘어진 적도 있지만 바이크가 주는 기쁨이 훨씬 컸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움직임도, 바람도, 기분도 전혀 달랐거든요.
Q. 셰프님 하면
<맛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외에도 <세계문화기행>,
<흑백요리사 2>, <같이삽시다> 등 방송을 통해 대중과
만난 뒤 달라진 점이 있나요?
신기한 건 방송을 보고 제게 힘을 얻었다는 분들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힘을 준 적도, 에너지를 준 적도 없는데 말이죠. 몸이 편찮으신 분들이 저를 만나러 식당에 오시거나, 제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고 말씀하실 때도 있어요. 방송이 저를 친근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누군가는 제 모습을 자신의 삶과 겹쳐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참 감사해요.
Q. 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치시다가 2022년에 식당 문을 여셨죠. 바이크, 방송, 창업까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저는 사실 ‘도전’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도전해 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거든요. 저는 그냥 “재밌겠다” 싶으면 해요. 하고 싶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해보는 거죠. 바이크도 그랬고 방송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큰 의미를 두면 오히려 못 해요. 해봤는데 나와 맞지 않으면 그만둬도 되고요. 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지나가잖아요. 재밌겠다 싶으면 하면 됩니다.
Q. ‘해보자’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요리가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요리하면서 ‘좋은 맛’에 대한 기준도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양념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조미료와 양념을 빼게 되더라고요. 원재료가 가진 맛을 어떻게 하면 더 맑게 살려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 거죠. 요리를 오래 할수록 점점 덜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Q. 요리할 때 물의 쓰임도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물을 활용하는 조리법이 굉장히 다양해요. 찌고 삶는 것은 물론이고, 물을 끓인 뒤 불을 끄고 재료를 넣어 익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튀기거나 굽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연한 맛을 낼 수 있죠. 중국의 고조리서를 보면 좋은 물을 구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좋은 물로 제대로 육수를 내면 별도의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됐거든요. 결국 물도 좋은 맛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오향족
Q. 셰프님에게 요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에게 요리는 일종의 도를 닦는 일이에요. 스님이 독경을 하며 수행하듯, 요리사는 가장 좋은 맛에 이르기 위해 도를 닦는 거죠. 저는 그것을 ‘지고지선(至高至鮮)’이라고 표현합니다. 맛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를 향한다는 뜻으로 제가 만든 말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와 물의 선택부터 씻는 법, 칼질, 배합, 조리법, 담아내는 방법까지 모든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 들인 몸의 움직임과 시간이 결국 한 접시의 요리가 되는 거죠.
Q. 마지막으로 <물, 자연 그리고 사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사람들에게 권유나 조언을 잘 하지 않아요. 다만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한번 들여다봤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재미있겠다” 싶은 일을 해보면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할 수 있고, 뜻하지 않은 새로운 광경이 열리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아야 해요. 내 마음 안에 단단한 기둥 하나가 있어야 하는 거죠.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도전’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도전해 볼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거든요.
저는 그냥 “재밌겠다” 싶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