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완성하는 풍경, 몽생미셸
바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건축물의 풍경을 새롭게 그려낸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의 ‘몽생미셸(Mont-Saint-Michel)’이 대표적이다.
드넓은 갯벌 위 바위섬에 자리한 몽생미셸은 중세에 수도원이 들어선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한정된 바위섬의 지형을
따라 아래에는 마을이, 높은 곳에는 수도원 건물이 층층이
자리하면서 자연의 지형과 건축이 하나로 이어지는 독특한 모습을
이뤘다.
몽생미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섬을 둘러싼 바다다. 썰물
때는 넓은 갯벌 위에 우뚝 선 거대한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밀물이
들어오면 주변이 물로 채워지며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으로 변한다.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인간의 건축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가 만나
하나의 풍경을 완성하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숲속의 낙수장
물을 품은 공간, 낙수장
건축 안으로 물을 끌어들여 자연과 공간의 경계를 허문 곳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숲속의 ‘낙수장(Fallingwater)’이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35년 설계한 이 집은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추구한 그의 ‘유기적 건축’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라이트는 폭포를 바라보는 곳이 아닌 폭포 바로 위에 집을 올렸다.
주변 암반을 닮은 콘크리트 테라스가 계곡 위로 뻗어 나가고,
현장에서 채취한 사암으로 쌓은 벽은 주변 바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실내는 테라스와 이어지고 넓은 창 너머로 숲이
펼쳐지며 안과 밖의 경계도 흐려진다. 집 안에서도 폭포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자연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건축을 보여준다.
물 위에 펼쳐진 삶, 워터버트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물을 대하는
건축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에이뷔르흐(IJburg)의 수상주거단지 ‘워터버트(Waterbuurt)’가
대표적이다. 이곳의 수상주택은 물에 뜬 구조로 만들어져 수위가
변하면 집도 그에 맞춰 오르내린다. 집 앞의 물길과 부두는 육지의
골목과 보행로를 대신하고, 여러 채의 주택이 모여 하나의 수상
마을을 이룬다. 물을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몽생미셸에서는 물이 풍경을 만들고, 낙수장에서는 물과 건축이
하나의 공간을 이룬다. 워터버트에서는 물 위로 삶의 공간을
넓힌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탄생했지만, 세 건축물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물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워터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