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이어진 삶의 풍경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은 산자락 사이를 감돌며 옥천 곳곳에 크고
작은 물길을 펼쳐놓는다. 금강으로 흘러드는 여러 하천 역시 마을과
들녘을 지나며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머물렀다. 물길이 지나는
곳에는 농사를 지을 터전이 생겨나고 마을이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무더운 여름이면 물가에 모여 더위를 식히며
자연스럽게 강과 함께 살아왔다.
그중에서도 천렵은 물길과 가까이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을 잘
보여주는 풍경이다. 냇가에 나가 민물고기를 잡고, 잡은 고기를 그
자리에서 끓이거나 구워 이웃과 나눠 먹는 일은 먹거리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물에서 얻은 재료에
손맛을 더하고, 한자리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던 시간은 세월이
흐르며 옥천만의 향토음식으로 이어졌다.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
마주튀김에는 그렇게 금강과 보청천을 곁에 두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추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생선국수
천렵의 소박함이 향토의 맛으로
옥천의 동쪽 끝, 높은 산줄기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그 아래로
보청천의 물이 비껴 흐른다. 산골짜기를 벗어난 물길이 완만한
분지를 이루며 너른 들녘을 펼쳐내는 곳, 바로 예로부터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던 청산면이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강은 삶의 터전이자 소중한 생명의 젖줄이다. 여름날이면 동네
어른들이 냇가로 모여들어 천렵을 즐겼는데, 커다란 솥에
민물고기를 넣고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푹 끓인 육수에 칼칼한
고추장 양념을 풀어 매운탕을 만들어 온 동네가 함께 둘러앉아
잔칫상을 즐겼다. 여기에 걸쭉한 국물이 잘 배어드는 소면 사리를
툭툭 털어 넣으면서 생선국수가 완성된 것이다.
이웃과 나누던 소박한 천렵의 맛은 1960년대 초반 청산면 장터
골목에 전문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조성된 생선국수 특화거리에 모인 식당들은
저마다 5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채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깊은
손맛이 더해진 진한 육수는 여전히 부드러운 면발에 촘촘히 배어
씹을수록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낸다.
도리뱅뱅이
마주튀김
강가의 추억을 담아낸 별미
옥천의 또 다른 향토음식인 도리뱅뱅이 역시 강가에서 즐기던
소박한 천렵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여름철 보청천이나 금강의
맑은 물살을 헤치며 잡은 민물고기를 동그란 납작 냄비에
동글동글하게 돌려 담아 구워내던 것이 그 시작이다. 빙 둘러 담은
모습이 마치 뱅뱅 돌려 앉은 모양새와 같아 ‘도리뱅뱅이’라는 정감
가는 이름이 붙었다. 잘 손질한 민물고기를 프라이팬에 원을
그리듯 동그랗게 눕히고,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듯 구운 뒤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을 슥슥 덧발라 윤기를 더한다.
뼈째 통째로 씹어 먹는 고소함과 바삭한 식감이 민물고기 특유의
향을 잡아주고, 매콤한 양념과 깻잎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훌륭한
별미가 된다. 여전히 둥근 냄비에 노릇하게 구운 도리뱅뱅이는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둥글게 모여 앉아 정을 나누던
넉넉한 풍경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마주튀김도 옥천에서 꼭 맛봐야 할 별미 중 하나다. 금강과 보청천
일대에서 잡히는 민물고기 중 하나인 모래무지, 현지인에게는
‘마주’라 불리는 이 민물고기는 흙냄새가 적고 육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깨끗하게 손질한 마주에 얇게 튀김옷을 입혀 노릇하게
바삭 튀긴 것이 바로 마주튀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
뒤로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가 진하게 퍼져 나온다.
생선국수, 도리뱅뱅이와 함께 청산면 장터 골목을 지켜온 이 튀김
요리는 갓 잡아 올린 민물의 싱싱함을 고스란히 튀겨낸 별미이자
구수한 술안주로 여행자의 발길을 붙든다.
이웃과 나누던 소박한 천렵의 맛은
1960년대 초반 청산면 장터
골목에
전문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