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관습과 확장
흔히 음악은 회화나 문학에 비하면 사실의 묘사보다 상징에 더
적합한 예술로 여겨진다. 상행 선율은 희망을, 하행 선율은
체념을, 장조와 단조는 각각 밝음과 어두움을 상징하는 것처럼
음악은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관습을 통해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해왔다. 이러한 표현은 낭만주의 시대(1820~1900) 표제음악의
등장으로 개인의 내면과 자연까지 담아내며 확장됐고, 가사가
더해진 대중음악은 이를 더욱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사는 멜로디와 결합해 특정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한국 가요사 역시 이러한 상징의 관습을 바탕으로
다양한 감정과 시대상을 노래해왔다.
비: 이별, 그리움 그리고 해방
대개 많은 노래에서 비는 이별, 그리움 등의 정서를 대변한다.
‘흐른다’는 특성을 포착하여 빗물과 눈물을 등치하기도 하고,
이별이나 그 후의 그리움을 전달하기 위해 비 오는 날을
묘사하기도 한다.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이별공식),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비처럼 음악처럼) 등 다양한 노래에서 비는 연인을 잃은
마음을 대변하는 도구가 된다. 시대에 따라 표현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와 이별을 연결하는 것은 수많은 대중음악이 반복해 온
관습이다. 물론 다른 예도 있다.
선우정아의 노래 ‘비온다’는 비 내리는 순간을 일종의 해방으로
삼는다. “비 온다 / 모두 입을 벌려”라는 의문스러운 가사 뒤로
이어지는 “아직 난 놀고 싶어”는 비와 놀이를 연결시킴으로써
대중음악의 관습을 탈피하는 시도다. 이 노래 속에서 비는 “피하지
못할 일”이지만, 동시에 “참기만 할 수는 없는” 감정을 드러낼
기회이기도 하다. 즉, “비 온다 / 모두 입을 벌려”라는 가사는
어린 시절 비를 맞으며 뛰놀던 것처럼 현실의 무거운 짐을
잊어보자는 위로이자 권유인 셈이다.
‘비온다’가 수록된 선우정아의
It’s Okay,
Dear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강·바다: 삶, 사랑 그리고 희망
제목이 길어 종종 혼동하는 노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강산에)은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생태적 특징을 묘사하면서 생의 의지를 드러낸다. “내
마음속 강물이 흐르네 / 꼭 내 나이만큼 검은 물결 굽이쳐
흐르네”라는 가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노래 ‘강’(패닉)은
성찰적 태도로 어두운 감정들을 강물에 비유한다. “한 굽이 돌아
흐르는 설움 / 두 굽이 돌아 넘치는 사랑”을 노래하는
‘한강’(조용필)에는 강물의 양태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 화자의
마음이 담겼다. “언제나 말 없는 저 물결들도 / 부딪혀 슬퍼하며
가는 길을 막았었지”라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의 가사
또한 고향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정을 대변한다.
바다 그 자체가 거대한 상징이 된 노래도 있다.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인 화자가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라고 외치는
‘고래사냥’(송창식)은 시대 앞에 좌절했던 청춘들의 막연한 희망이
바다로 대상화된다.
이처럼 비는 그리움을, 강은 삶을, 바다는 희망을 상징하며 우리
곁을 흘러왔다. 물이 끊임없이 흐르듯, 음악 속 물의 의미도
시대와 사람에 따라 새로운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 수록된
강산에의 연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고래사냥’이 수록된
송창식 2집 ⓒ이엔이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