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빛을 콘크리트 안으로 들이다
제주 섭지코지의 ‘글라스하우스’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바다를
향해 열리는 방식을 보여준다. 미술관이라기보다 카페와 레스토랑을
품은 전망형 건축 공간에 가까운 이곳은 제주의 동쪽 끝 풍경을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루어진 건물은
섭지코지의 바다와 하늘,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향해 시선을
연다.
이곳에서 물은 연못이나 정원의 형태로 머물지 않는다. 대신 창
너머의 바다가 건축의 가장 큰 배경이자 일부가 된다. 유리면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시간에 따라 실내의 분위기를 바꾸고, 바다의 색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글라스하우스에서 안도 다다오는 물을
가두지 않고, 바다라는 열린 풍경으로 확장한다.
제주에서 만나는 또 다른 안도 건축으로는 서귀포 안덕면의
‘본태박물관’도 있다. 전통 공예와 현대미술을 함께 품은 이 공간은
노출콘크리트의 간결한 벽과 물, 빛이 어우러져 차분한 인상을
만든다. 글라스하우스가 바다와 하늘을 향해 시야를 활짝 여는
공간이라면, 본태박물관은 물과 빛을 낮고 고요하게 받아들이는
공간에 가깝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서 물과 빛은 공간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다.
그것들은 사람의 걸음을 늦추고, 시선을 머물게 하며, 바쁜 일상 속
번잡해진 마음에 한 줄기 고요를 들인다.
글라스하우스 © 한국관광공사
본태박물관 © 본태박물관
물 위에 세운 빛과 고요함
일본에서도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을 만날 수 있다. 홋카이도의
물의 교회와 효고현 아와지섬의 물의 절은 물과 빛이 건축을 어떻게
완성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물의 교회 예배당 정면에는 넓은 수면이 펼쳐지고, 그 한가운데
십자가 하나가 고요히 서 있다. 벽을 대신한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그대로 들어오고, 수면은 하늘과 숲, 빛을
비추며 공간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이곳에서 물은 건축의 배경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다.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고, 구름이 지나가면 빛도 함께 움직인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표정은 콘크리트의 단단함과 대비를 이루며 공간에
생명력을 더한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자연으로부터 분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과 빛을 끌어들여 자연을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물의 절에서는 물을 경험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건물 위를 덮은
둥근 연못에는 계절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방문자는 그 수면을 따라
걷다가 중앙의 계단을 통해 지하 공간으로 내려간다. 하늘을 비추던
밝은 수면을 지나 붉은빛이 감도는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의
분위기는 극적으로 바뀐다. 콘크리트와 물, 빛이라는 절제된
요소만으로도 공간은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안도 다다오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침묵을 건축의 중심에 놓았다.
물의 절 © JNTO
물의 교회 © Chapel on the w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