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에서 맛보는 바다의 활기
산의 적막에서 벗어나 서산 북쪽 끝자락, 대산읍 화곡리에 위치한
삼길포항으로 향했다. 서산과 당진을 잇는 7.8km 길이의 거대한
대호방조제를 따라 달리면, 시야가 탁 트이며 너른 서해 바다가
펼쳐진다. 삼길포항은 이 방조제의 종점에 자리 잡은 항구로,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 특성상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는
풍요로운 어장이다. 과거 조선 시대부터 인천을 오가는 배들의
주요 기착지였으며, 현재는 서산시 유일의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어
그 규모와 활기를 유지하고 있다.
항구에 도착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국내 어느 항구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선상 어시장이다. 바다 위에 부교를 띄워 길을
내고, 그 양옆으로 소형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는데, 이들이
바로 횟집이다. 출렁이는 배 위에서 그날 갓 잡은 생선을 능숙한
솜씨로 썰어주는 풍경은 삼길포에서만 즐길 수 있는 모습이다.
여름철이라 정박해 있는 배가 평소보다 적었음에도, 상인들의
목소리와 항구 특유의 왁자지껄한 에너지는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선상 어시장의 인기 어종은 ‘우럭’이다. 삼길포 앞바다에는 대규모
우럭 양식장이 자리하고 있어 사시사철 안정적으로 질 좋은 우럭을
만날 수 있다. 앞바다에서 직접 건져 올린 자연산 활어들 역시
심심치 않게 거래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부교 위에서 곧바로
맛본 우럭회는 도심에서 먹던 것과는 결이 달랐다. 육질은 유독
찰지고 단단했으며, 씹을수록 생선 고유의 담백한 감칠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방파제 끝에는 이곳의 특산물을 형상화한 붉은색 ‘우럭
등대’가 서 있어 항구의 뚜렷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배를 채운
뒤에는 항구 뒤편으로 이어지는 삼길산(국사봉)에 오르는 것도
추천한다. 정상의 전망대에 서면 대호방조제와 서해의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해가 질 무렵에는 붉은 낙조와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화려한 야경이 교차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조망할
수 있다. 도보 여행자라면 이곳을 기종점으로 삼는 친환경 트레일
‘서산 아라메길’을 따라 걷는 것도 좋겠다.
다가오는 8월 1일과 2일에는 이 활기찬 항구가 한층 더
소란스러워질 예정이다. 2005년부터 이어져 온 삼길포항의 대표
행사, ‘우럭 축제’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 축제는 해양 생태계와
전통 어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돌담을 쌓아 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인
‘독살 체험’부터 맨손으로 붕장어를 잡는 체험, 불꽃놀이 등이
항구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알싸하고 달콤한 서산의 생강
흔히 한과 하면 달콤함만 떠올리지만, 서산의 한과는 다르다. 비옥한
황토에서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서산 생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서산은 예부터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되는 황토 덕분에
생강 재배지로 이름이 높았다. 알이 단단하고 향이 진한 서산 생강은
한과의 단맛에 깊이를 더하는 것은 물론, 기름에 튀긴 뒤에도 특유의
알싸한 향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서산생강한과는 달콤함보다 먼저
은은한 생강 향이 입안을 감싸며 다른 지역 한과와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만들어낸다.
갓 튀겨낸 서산생강한과를 베어 물자,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속이 텅 비어 있지 않고 꽉 찬 식감이 입안을 채웠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긴 과자의 맛을 생강의 은은하고 알싸한 향이
깔끔하게 잡아주어 눅눅함 없이 깊고 고급스러운 맛을 냈다. 한입
먹을 때마다 바삭한 식감 뒤로 달콤함과 알싸함이 차례로 이어져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서산생강한과는 시원한 음료와 함께 곁들이면 더욱 좋다. 생강의
알싸한 향과 한과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더위를 식혀주는 색다른
별미가 된다. 화려한 디저트는 아니지만, 서산의 흙이 키워낸 생강의
풍미를 가장 담백하게 느낄 수 있는 간식. 여행의 마지막을 여유롭게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서산만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