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발견

호크니의 작품에는
왜 ‘물’이 많을까

물과 빛으로 세상을 그린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2026년 6월 11일,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선명한 색채와 대담한 시선으로 60여 년 동안
회화와 사진, 디지털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든 예술가였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진 새파란 수영장이다. 호크니는 평생 물의 표현에 사로잡힌 화가였다.

편집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1967. © 데이비드 호크니. (출처: Tate.org.uk)

(위)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 1972. © 데이비드 호크니. (출처: Tate.org.uk) (아래) 데이비드 호크니, <수영하는 네이선(Nathan Swimming)>, 1982. © 데이비드 호크니. (출처: Tate.org.uk)

수영장에 매혹된 화가

하늘은 맑고, 건물은 반듯하며, 수영장은 고요하다. 그 정적의 한가운데 하얀 물보라가 솟아오른다. 누군가 방금 막 물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물이 흔들리고, 햇빛이 부서지고, 그 순간이 그림 속에 멈춰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에서 수영장은 단지 물이 담긴 공간이 아니다. 저토록 완벽한 날씨에 깨끗한 수영장에서 그저 다이빙만 해도 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 그림을 오래 바라보는 이유는, 저 푸른 물속 어딘가에 우리가 꿈꾸는 시간이 숨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국에서 태어난 호크니에게 캘리포니아의 풍경은 낯설고도 선명한 세계였다. 넓은 하늘, 낮은 건물, 야자수, 강렬한 빛, 그리고 집 안마당에 놓인 수영장. 영국에서 보기 어려웠던 그 푸른 사각형의 물은 호크니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었다.
단순히 아름다워서만이 아니다. 물은 고정된 형태가 없다. 깊이가 있지만 표면으로 보이고, 투명하지만 동시에 반사한다. 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빛을 그리는 일이다. 빛의 방향과 보는 위치에 따라 색도 표정도 달라지는 무한한 파랑의 영역을 붙잡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 남겨진 물결

호크니는 이 까다로운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선과 색면, 무늬와 사진 조각으로 새롭게 번역했다. 수면은 빛을 품은 얇은 막이 되고, 물속의 몸은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가 된다. 호크니에게 물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회화와 사진, 시선과 움직임을 실험하는 장이다.
<다이빙보드와 그림자(Diving Board with Shadow)>에서는 텅 빈 수영장과 다이빙대, 그리고 길게 드리운 그림자만으로도 곧 누군가 물속으로 뛰어들 것 같은 긴장감을 만든다.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은 수면에 의해 흔들리는 물속의 몸을 낯선 이미지로 만들었다. <수영하는 네이선(Nathan Swimming)>에서는 여러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이어 붙으며, 하나의 장면이 여러 시점과 시간으로 쪼개진다. 그의 작품 속 수영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빛과 몸, 시선이 만나는 무대이다.
좋은 작품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호크니의 수영장 그림이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큰 첨벙!>에서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물보라만 솟구친다. <예술가의 초상>에서 물속의 인물과 그를 바라보는 인물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긴장이 흐른다. <수영하는 네이선>의 이어 붙인 사진들은 한순간을 여러 시선으로 흩어놓는다.
물은 누군가의 움직임이 지나간 흔적이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표면이다. 그날 수영장에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뛰어든 사람은 누구였을까. 2026년 6월, 호크니의 별세 소식은 그의 그림 속 물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 물은 누군가의 움직임이 지나간 뒤에도 잠시 흔적을 남긴다. 호크니가 남긴 수영장 연작 작품들 역시 그렇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1967.
© 데이비드 호크니. (출처: Tate.org.uk)

데이비드 호크니, <다이빙보드와 그림자(Diving Board with Shadow)>, 1978.
소장: Roy B. and Edith J. Simpson Collection.
© 데이비드 호크니.
(출처: Bruce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