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길

세계 물안보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다

워터 포지티브

2026년 3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가 신설한 물안보(Water Security) 분야 특별상의 첫 수상기관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선정됐다. 기후위기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물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해 온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협력 노력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상을 넘어, 물 복원과 지속 가능한 물순환 체계 구축을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한국수자원공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세계 물안보 논의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글로벌 물 외교를 살펴본다.

편집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워터 포지티브 얼라이언스 출범(2025. 3.)

물을 되돌리는 시대로

물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다만 최근 들어 물의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안정적인 물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라 2050년까지 전 세계 물 수요가 최대 1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물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업의 역할에도 새로운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물 사용량을 줄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물을 자연에 되돌리고 건강한 물순환 체계를 회복하는 것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용한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자연에 환원하거나 복원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물 절약과 재이용, 수질 개선, 습지 복원, 생태계 회복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최근 국제 자본시장이 기후공시와 ESG 평가를 강화하면서 기업의 물 관리 역량 역시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2030년 워터 포지티브 달성을 선언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축적된 물관리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물 복원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물관리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기업의 워터 포지티브 활동을 지원하는 ESG 파트너로서 협력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물 복원의 길을 함께 열다

워터 포지티브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물 복원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공공이 물관리를 주도하는 체계여서 기업이 단독으로 물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 사업 대상지를 발굴하는 것부터 복원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까지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는 물관리 전문기관으로서 기업과 공공을 연결하는 역할에 나서고 있다. 사업 발굴과 기술 지원은 물론, 물 복원량 산정과 성과 검증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기업의 ESG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풍습지 개선 사업 조감도

- 함께 만드는 워터 포지티브 생태계

대표적인 성과가 워터 포지티브 얼라이언스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5년 3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함께 국내 최초의 워터 포지티브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물 복원량 산정 가이드라인과 인증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포스코,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물 복원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인정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아직 국제적으로도 통일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련 제도와 기준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민·관·공이 함께하는 물 복원

현장에서는 다양한 물 복원 사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추진한 장흥댐 신풍습지 개선 사업은 국내 최초의 민·관·공 협력 기반 워터 포지티브 사업이다. 장흥댐 상류에 위치한 신풍습지는 오랜 시간 기능이 약화된 상태였지만, 습지 복원과 수변생태벨트 조성을 통해 물 저장 기능과 생태적 가치를 되살리는 사업이 추진됐다. 기업의 ESG 활동과 공공의 물관리 역량이 만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와 함께하는 양양 남대천 수생태계 연속성 회복 사업도 눈길을 끈다. 국내의 대표적인 연어 회귀 하천인 남대천은 하천 구조물로 인해 어류 이동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하천 구조를 개선해 생태계 연결성을 회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물 복원이 수량 확보를 넘어 생태계 건강성 회복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생태원과 함께 용담댐 홍수터를 활용한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네이처 포지티브는 자연 훼손의 중단을 넘어 생물다양성을 증진하여 자연을 회복세로 전환하려는 국제적 목표를 뜻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버드나무 1,000주를 식재해 용담댐 홍수터 내 4,786㎡(약 1,450평) 규모의 대상지에 식생 기반 정비 및 토양 안정화 작업을 완료했다. 이는 물 복원과 생태 복원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 세계로 확장되는 K-워터 포지티브

글로벌 협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워터 포지티브 활동이 국제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양 기관은 소양강댐 상류 지역에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습지는 빗물과 유출수를 자연적으로 정화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건강한 물순환 체계 구축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4만 톤 규모의 물 복원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공공기관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물 복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역할은 개별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워터 포지티브 국제포럼을 개최(2025. 3.)하고 글로벌 전문가 및 국제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국내 물 복원 모델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물 복원을 매개로 정부와 기업, 국제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용담댐 네이처 포지티브 소생태계 복원 행사(2026. 5.)

2025 CDP 물안보 분야 특별상을 수상한 한국수자원공사
(2026. 3.)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형
물 복원 모델

이러한 노력은 국제사회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26년 3월 CDP 물안보 특별상 수상은 그 대표적인 성과다. 민·관·공 협력 기반의 워터 포지티브 생태계 구축과 기업 ESG 경영 지원, 글로벌 협력 확대 성과가 높이 평가되며 물안보 분야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수상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구축한 협력 모델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사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물 복원량 산정 체계와 민·관·공 협력 거버넌스,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프로젝트 운영 경험은 앞으로 국제 물관리 분야에서도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복원량 산정 및 인증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기업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국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나아가 한국형 워터 포지티브 모델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며 글로벌 물안보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물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다. 이제는 사용한 물을 어떻게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건강한 물순환 체계를 회복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들어가고 있는 워터 포지티브 생태계는 대한민국 물관리의 새로운 경쟁력이자, 세계 물안보를 향한 글로벌 물 외교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INFO.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들어온
워터 포지티브 발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