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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자연 그리고 사람
지구를 지키는 여행
  • 지켜내 더 빛나는
    ‘친환경 생태 탐사 여행지’
    서천 장항스카이워크와
    송림산림욕장

    • 글·사진. 이시목(여행작가)
    • 사진 제공. 서천군
  • 이제 우리는 ‘탄소중립’이란 단어에도 익숙해졌고,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때문일까. 요즘 ‘친·추’란 두 글자에 쏠리는 시선이 많다. ‘친·추’는 한국관광공사와 전국관광기관협의회가 선정한 ‘친환경 추천 여행지’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대부분은 ‘지구를 위한 친·추 여행지’, ‘탄소 배출량 줄이는 친·추 여행지’ 등으로 쓰인다. 서천의 장항스카이워크와 송림산림욕장도 ‘친·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보호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친환경 생태 탐사 여행지’로 선정됐다. 올 봄엔 그 ‘착한 숲’ 만나러 서천으로 떠나보자.
개발 대신 생태보전의 가치를 택하다

서천이란 도시는 특별하다. 여러 가지 의미와 타이틀에서 그렇다.
우선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두 개나 품었다. 인류무형유산인 ‘한산모시 짜기’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갯벌’ 이 타이틀로 적지 않은 이들이 지금을 ‘서천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다른 측면에서도 서천은 돋보인다. 특히 생태도시로서의 면모가 출중하다. 핵심 청정 구역은 금강하구와 유부도다. 철새의 낙원으로 통하는 두 곳은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을 품은 곳이면서, 환경부가 9년 연속 지정한 ‘생태관광지역’이다. ‘지구를 위한 친·추 여행지’인 장항스카이워크와 송림산림욕장도 이 구역 안에서 반짝 빛나는 보물들이다. 더욱이 이곳은 금강이 바다를 만나 서해에 입 맞추는 금강하구에서도, 그 끄트머리에 자리해 강과 바다와 숲과 갯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생태와는 ‘절친’이고, ‘저탄소 친환경’과는 단짝 같은 사이다.
하지만 서천과 생태가 짝꿍처럼 잘 어울린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너나 할 것 없이 갯벌을 매립해 땅을 넓히고 숲을 없애 공단을 세울 때, 서천은 생태보전의 가치를 택하는 것으로 숲과 갯벌을 지켜냈다. ‘그대로 두어서’ 지켜진 것이 아니라, 개발과 보전이란 갈림길에서 생태보전적 측면에서의 미래를 선택해, 사라질 뻔했던 갯벌과 숲을 지켜내 더 의미 있고 귀하다. 그래서일까. 보전은 지금도 서천의 여전한 미래다.

1. 갯벌을 보다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갯벌 탐방로에서 갯골을 볼 수 있다.
자연 치유를 원하는 당신에게 권해요

지난 3월, 누군가가 물었다. “스카이워크는 어디에 있어요?” “숲이 생각보다 커 한참을 걸었는데도 보이지 않는다”며 길 안내를 부탁했었다. 푸념인 듯 감탄인 듯 내뱉은 질문 속의 ‘그 큰 숲’이 바로 장항송림산림욕장이다. 높이 15m, 길이 286m에 달하는 스카이워크가 보이지 않을 만큼 크고 긴 장항송림산림욕장(이하 장항송림)은, 해변에 수령 40~50년 된 곰솔 13만여 그루가 빼곡하게 자리한 서천의 명물 숲이다.
자료에 따르면 1954년 옛 장항농고 학생들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식재한 방풍림이라고 한다. 방풍림은 말하자면, 바다를 지나온 바람이 그윽하게 고이는 곳이다. 우리가 이 숲에 들 때마다 솔향기 은은한 바람을 만나는 건 이 때문일 테다. 물론 이 바람 속엔 피톤치드도 넉넉하게 담겼다. 그 덕에 몸은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해안가에 조성된 장항송림은 효용성도 크다.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해안 사구의 모래 유실을 막으며, 바다 생물의 산란장 구실을 한다. 산림청은 2020년 장항송림의 이 같은 효용과 가치를 인정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했다.
숲 사이론 구불구불한 산책로가 여러 갈래로 나 있어 걷기에도 좋다. 모래가 고운 길부터 잘 다져진 마사토 길, 야자매트가 보드랍게 깔린 길까지 다양하다. 늦여름 보랏빛 맥문동 꽃이 카펫처럼 깔릴 때가 추천 산책 시기. 하지만 푸른 기운 촘촘히 돋은 봄날의 길섶도 싱그럽다.

2. 장항송림산림욕장 북측 해변에서 몇 명의 아이들이 갯벌을 살펴보고 있다.
‘장항송림 하늘길’ 오르니 서해갯벌이 한눈에 보인다

숲길 중간 즈음 해안가는 스카이워크 구간이다. 머리 위 공중에 구멍 숭숭 뚫린 하늘길이 놓여 있다. 키 큰 곰솔 높이에 맞춰 지그재그로 바다까지 이어져 있어, 스카이워크에서는 곰솔의 잎이며 열매를 관찰하며 걸을 수 있다. 또 튼튼한 기둥 중 일부는 솔숲 사이에, 마지막 기둥은 갯벌 위에 놓여 있어,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며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밀물일 때는 마지막 기둥이 물에 잠겨 찰랑찰랑한 바다 위를 걷게 되고, 썰물 때면 연흔 가득한 갯벌 위를 걷게 되는 점이 매력 있다.
스카이워크 중앙은 ‘기벌포 해전 전망대’로도 쓰인다. 이곳의 옛 지명인 기벌포는 676년 신라가 당나라와 마지막 전투를 벌여 승리한 곳이다. 그래서 장항스카이워크는 숲 여행지인 동시에 바다(갯벌) 여행지이며, 장항제련소가 보이는 산업 여행지이자 과거가 읽히는 역사여행지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1.8km 길이의 장항송림을 벗어나 갯벌 탐방로도 걸어보자. 곰솔숲 끝에서 시작되는 갯벌 탐방로는 서천갯벌을 보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옆구리 한쪽은 해안 절벽이고, 다른 한쪽은 드넓은 갯벌이라 장항송림과는 또 다른 맛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때때로 해오라기며 노랑부리백로, 중대백로 같은 조류들도 볼 수 있어, 서천의 선택이 새삼 고마워질 테다.

3. 장항송림산림욕장의 산책로는 늦여름이면 숲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 꽃이 가득 핀다.
슬기로운 ‘친환경 생태’ 여행법
장항송림산림욕장을 위한
네 가지 약속
조용히 천천히 다니기 서식 동,식물 보호하기 토석 채취하지 않기 취사와 야영하지 않기
장항송림산림욕장을 좀더 재미있게 여행하는 법 _ ‘에코히어로즈의 모험2’ 프로그램 참여하기
장항송림산림욕장과 일대 갯벌은 ‘에코히어로즈의 모험2’를 이용하면 좀 더 재미있고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에코히어로즈 모험2’는 충청남도 환경교육프로그램 우수상을 수상한 비대면 가족 생태여행 프로그램으로, 송림에서 미션박스의 문제를 수행하고 신성리 갈대밭(또는 금강생태공원)에서 미션을 완성하며 생태를 알아갈 수 있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개별차량을 이용해야 하며, 프로그램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참가신청은 서천군 조류생태전시관(041-956-4002)으로 문의하면 된다.
서천 핫플 리스트
피어도 떨어져도 황홀한 동백꽃밭 마량리 동백나무숲

동백꽃 피는 계절엔 서천에서 가장 핫해지는 곳이다. 마량포구 동북쪽 언덕배기에 있는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69호)으로, 수령 500년이 넘는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동글동글 밀집해 있다. 동백꽃 만개 시기는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늦게는 5월까지도 피고 진다. 언덕마루 전망 좋은 곳에는 중층 누각인 동백정도 있다. 낮 동안엔 이곳에서 동백꽃 붉게 맺힌 숲을 조망할 수 있고, 해 질 무렵엔 오력도와 서해바다가 만드는 주홍빛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드라마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촬영지 문헌서원

단정하고 기품 있는 풍경이 돋보이는 서원이다. 드라마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의 드라마를 촬영한 곳으로, 발 들여놓는 순간 수백 년 전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느낌을 준다. 고려 말의 대학자 가정 이곡과 그의 아들 목은 이색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공간으로,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로 헐렸다가 1969년 재건됐다. 늦여름 배롱나무 꽃 필 때가 가장 아름다우나 연둣빛 새순 돋는 이맘때 풍경도 꽤나 곱다.

독특한 인테리어로 각광받는 포토존 장항도시탐험역

옛 장항역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시설. 무지개필름으로 불리는 ‘다이크로익 필름’을 창마다 붙여놓아 외관이 이채롭다. 내부엔 장항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장항이야기뮤지엄’, 장항 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도시탐험전망대’, 레트로한 ‘도시탐험카페’, 자전거 무료 대여소 등이 있으며 때때로 이곳에선 재미난 전시나 공연도 열린다. 이 중 도시탐험카페는 여행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모싯잎 가루를 넣어 만든 ‘모시라테’가 이곳의 시그니처다.

옛 시절이 고여 있는 ‘진짜 레트로’ 여행지 판교마을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한 곳이다. 마치 반세기의 시차를 두고 존재하는 것처럼, 마을 곳곳에 옛 공간이 콕 박혀 있다. 필수 관람 공간은 동일정미소, 동일주조장, 장미사진관, 오방앗간(삼화정미소), 판교극장, 구 중대본부, 일광상회 등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7곳. 아날로그 감성 물씬한 판교 역사(驛舍) 역시 매력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시설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돼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니, 변하기 전에 미리 한 번 봐두자.

서천 맛집 리스트
    • 수라원

      SNS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꼽히는 곳. 대표 메뉴는 숯불 향 듬뿍 입힌 석쇠불고기 정식이다. 간장 양념한 돼지고기를 석쇠에 초벌한 후 놋쇠그릇에 담아 미니 화로에 놓아 준다. 얼큰한 우렁된장찌개를 비롯해 함께 나오는 찬들도 맛있다.

    • 진미식당

      1978년에 개업한 콩국수 맛집으로 메뉴는 콩국수와 막국수, 콩전이 전부다. 진한 콩물의 콩국수 맛도 좋고, 콩을 갈아 누룽지처럼 바삭하게 구워내는 콩전의 고소한 맛도 일품이다. 4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5개월만 영업한다.

    • 원조 큰길휴게실

      30년을 훌쩍 넘긴 서천 장항의 ‘분식 맛집.’ 김밥에 노란 튀김옷을 입혀 통째로 튀겨내는 ‘튀김김밥’이 명물이다. 반죽에 사골국물을 넣어 깊은 맛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막 튀겨낸 튀김김밥은 매콤달콤한 맛의 떡볶이 국물과 단짝이다.

    • 모시랑해물손칼국수

      식탁 위에서 ‘바다’를 맛볼 수 있는 해물칼국수를 내는 집이다. 특히 서천 특산물인 모싯잎 가루를 섞어 반죽한 면 맛이 일품이다. 가리비, 동죽, 바지락 등 조개를 풍성하게 넣어 국물 맛도 시원하다. 식전에 주는 모시송편도 인기다.

서천 100배 즐기기

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세 가지 테마길을 걸어보세요.